조경태·장성민·양향자도 출마 선언
金·韓·羅 ‘리턴 매치’ 성사 가능성은
당 쇄신 위해 ‘무계파’ 리더십 요구도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안철수 의원과 당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 의원에 이어 양향자 전 의원,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외에도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대선 경선 리턴매치’가 펼쳐질지도 관심사다.
당 안팎에서는 당 최대 리스크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고 쇄신에 나서기 위해 ‘무계파’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차기 전당대회를 다음 달 19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당대회 개최 안건을 조만간 의결할 예정이다.
전당대회를 한 달 남짓 앞두고 주요 당권주자들은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안철수 이어 조경태·장성민·양향자도 출마 선언
안철수 의원은 당 혁신위원장직을 내정 5일 만에 전격 사퇴하고 당대표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영세·권성동 의원 탈당 문제, 혁신위원 인선 등 당 쇄신 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끝에 혁신위원장직을 던지고 전당대회 출마를 전격 선언한 것이다.
안 의원은 전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위원장 내정자로서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 당대표가 돼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처음부터 반대한 유일한 중진 의원이자,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청년 친화적인 ‘무계파’ 인사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는 당을 추스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도층을 확장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안철수 의원은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층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고 ‘친윤(윤석열)’ 인사들과도 크게 척진 것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조경태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결심하고 언론 인터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그는 6·3 대선 경선 당시 한동훈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친한(한동훈)계’로 분류된 바 있다.
조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우리 당은 정확히 표현하면 죽어가는 정당”이라며 “당의 최다선 의원으로서 더 이상 무너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지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안 의원이 언급한 ‘쌍권(권성동·권영세)’ 인적 청산에 동의하면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봤을 때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할 정도로 강력한 혁신,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며 “비상계엄 이후 한남동 관저로 몰려갔던 의원들 등 인적 청산 대상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도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고 조만간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
DJ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장 전 기획관은 호남 출신으로,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 정책조정기획관과 미래전략기획관을 역임했다.
그는 “보수 정당의 아킬레스건은 군사 독재의 뿌리와 맞닿아 있다는 것인데, 호남 출신이자 민주화에 기여한 사람을 당 대표로 뽑아 당 DNA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며 “기득권이나 구태 정치와 선을 긋고 당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향자 전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양 전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전면적 쇄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혁신 작업이 계속 좌초되는 현실을 보며 당을 근본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당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깊은 고민 끝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金·韓·羅 ‘리턴 매치’ 성사되나…‘무계파’ 리더십 요구도
21대 대선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장관은 지난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포럼에서 “지금은 자유의 종을 울릴 사람이 필요하다. 국민이 위축돼 있을 때 김문수는 말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했다. 김 전 장관은 오는 15일 서울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 20여명과 비공개 오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의원은 아직 당권 도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국회 농성 등 대여 투쟁에 적극 나서면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나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에 출연해 “지금으로써는 전당대회에 대해서 그렇게 적극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아시다시피 저라는 사람의 인지도라든지 국민적 지지도가 있기 때문에 늘 선거에는 제 이름이 올라가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는 한동훈 전 대표다. 한 전 대표는 주변 의견을 들으며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내 지도부가 사실상 친윤계로 장악된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회의론도 있다.
박 평론가는 “한동훈 전 대표는 안철수 의원보다 더 ‘반윤’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친윤계와의 불협화음이 심해질 수 있다”며 “오히려 이번엔 한 전 대표가 불출마하고 안 의원을 도와 당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이 다음 기회를 노리기에도 유리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 내부에서는 진정한 개혁을 위해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당 쇄신을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의 색채를 일정 부분 벗겨낼 필요가 있다”며 “특정 계파에 뿌리를 둔 인사들은 자진해서 불출마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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