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원전 협력 등 카드 총동원하고
관세 부과 전 정상회담 성사시키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에게 8월 1일부터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는 폐쇄적인 시장 개방과 관세·비관세장벽 제거를 압박하면서도 “좋은 조건을 갖고 오면 관세는 조정될 수 있다”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 그나마 애초 9일부터 적용하려던 관세율이 8월 1일로 3주간 늦춰진 건 다행이다.
대통령실은 “관세협상에서 최악은 피했다”고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했다.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트럼프는 14개국 중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서한을 자신의 SNS에 먼저 공개했다. 동맹 따위는 안중에 없고 외려 한·일을 최우선 표적으로 삼겠다는 협박 성격이 짙다. 트럼프는 쌀시장 개방을 거부한 일본을 향해 ‘버릇없다’고 하더니 이번에 관세율을 1%포인트 더 높였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기 전인데도 기업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1년 전보다 56%나 격감한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쇼크에 빠졌다. LG전자의 영업이익도 반 토막이 났다.
이제 내줄 것과 지킬 것을 냉정히 가리는 전략적 결단을 준비해야 한다. 무작정 유예만 바랄 수는 없다. 현안마다 실익을 따져 국익을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1호 협상 타결국 영국은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을 대가로 자동차 관세를 10%로 낮췄다. 물론 대미 무역 적자국인 영국과는 달리 한국은 무역 흑자국인 데다 안보문제까지 더해져 협상이 쉽지 않다. 미국이 바라는 조선·원전산업 협력과 방위비 증액 등을 지렛대 삼아 관세 철폐나 완화 등 핵심이익을 관철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와 미국산 원유 도입,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참여, 농축산물 시장 개방확대 등도 협상 카드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가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협상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정부는 끝까지 예외 적용이나 관세율 인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모든 현안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전했고, 미국 측도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트럼프도 통상과 안보 현안을 아우르는 ‘원스톱 쇼핑’을 요구해 왔다.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전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관세협상을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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