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위원장 사퇴∙전당대회 출마 계획한 것 아니다”
‘혁신은커녕 또다시 내분으로.’
국민의힘이 새 출발을 위해 추진했던 혁신위원회의 방향을 놓고 당내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혁신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이전투구를 반복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 배경이 된 ‘인적 청산’을 두고 옛 친윤(친윤석열)계인 구주류와 그 반대 세력의 대립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안철수 vs ‘쌍권’ 구주류
안 의원과 ‘쌍권’으로 불리는 구주류인 권영세∙권성동 의원은 안 의원의 사퇴 이후 공개 설전을 벌였다.
권성동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안 의원의 사퇴 배경에는 자리 욕심이 있다며 당 대표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얻기 위해 ‘쌍권 청산’을 외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말 사이 급작스럽게 벌어진 ‘철수 작전’의 배경은 이미 여러 경로에서 드러나고 있다. 안 의원 주변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낮다’는 기대를 심어주며 안 의원의 욕심을 자극했을 것”이라며 “혁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로 삼은 것은 그 자체로 혁신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안 의원이 자신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과 개혁인 것처럼 포장해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는 점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이런 류의 행태를 보이는 인사들은 매우 독선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런 당내 숙의 과정이 없었음에도 자기가 주장한 것은 다 개혁이고, 거기에 반대하면 수구로 몰아붙인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당대표 출마 그림을 그리고 혁신위원장을 수락했다가 비토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과 관련해 “전혀 계획한 게 아니다. (당대표직에 뜻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전당대회에 나간다고 하지 제가 왜 이런 수순을 밟겠느냐”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전날 ‘송언석 비대위’가 지난 대선후보 교체 사건에 책임 있는 2명에 대한 인적 청산을 거부했다는 이유를 들며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했다.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2명은 대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권영세 의원과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으로 알려졌다.

◆혁신 대신 계파 간 이전투구 분출
혁신에는 기득권의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고, 그만큼 강력한 명분과 소통,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은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세력과 세력, 또는 세력과 개인의 이전투구가 반복되고 있다.
구주류는 안 의원의 사퇴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혁신위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른 뒤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출범 전부터 특정인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건 선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구주류인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공석이 된 혁신위원장 자리를 다른 인물로 채워 혁신위원회를 재출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안 의원과 구주류를 모두 직격했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조경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회의도 한 번 하지 않고 갑자기 사퇴한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12·3 비상계엄을 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도 (소통 없이) 그러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어 당내 청산 대상과 관련해 “비상계엄 이후 한남동 관저로 몰려갔던 의원들이 45명 있지 않느냐. 내란특검이 진행 중인데 인적 청산 대상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친한계는 구주류를 향한 대폭의 혁신∙개혁을 주장하며 당권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그 대립의 절정 무대가 될 전당대회는 오는 8월19일쯤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출마 의사를 밝힌 안 의원과 조 의원에 이어 지난 대선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장동혁 의원 등이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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