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변경 시기에 더위로 수요도 늘어난 듯
비쌌던 참외는 최근 며칠새 가격 급락 대조
주부 A씨는 주말 청량리 농수산물시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무더운 날씨에 풍년이 들며 수박 가격이 싸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난주보다 되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주말 청량리 시장에선 수박 한 통에 2만∼2만5000원을 호가했다. 일부 수박의 경우 3만원을 넘기도 했다.

한 상인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수박이 다 물러졌다”면서 “폭염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이 푸석푸석해지고 더 심해지면 물이 고이고 악취가 나 팔 수 없는 ‘피수박’이 많이 나왔단 뜻이다.
7일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수박 1통(상품)은 이날 2만5319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인 2만3763원에서 하루 만에 1556원이 올랐다. 전월 2만2611원보다 11.98% 오른 가격이다. 전년(2만603원)보단 22.89% 비싸고, 평년(1만9806원)과 비교하면 무려 27.83% 높다.
지금 시점에서 수박은 오히려 가격이 빠르게 반영되는 전통시장보다 대형 마트가 더 쌀 수 있다.
6월 넷째 주(6월26일∼7월2일) 전통시장의 주간 수박 1통 가격은 2만5187원, 유통업체 가격은 2만2488원에 형성돼 있다.

수박 외에도 상추와 시금치, 파, 알배기 배추 등 채소류 가격은 오름세다.
6월 넷째 주 대파는 1㎏당 2712원으로 전주보다 5.3%, 알배기 배추는 2583원으로 6.6% 올랐다. 상추는 100g당 1087원으로 8.5%, 시금치는 954원으로 10.5% 각각 올랐다.
모든 먹거리가 오르는 건 아니다. 수박과 함께 대표적 여름 열매채소 중 하나인 참외 가격은 오히려 내림세다.
참외 10개의 8일 소매가격은 1만2996원에 형성돼 있다. 전월 1만8867원보다 31.12%나 떨어졌고, 전년보다도 2.24% 싸다. 평년과 비교해서도 13.31% 낮은 가격이다.
참외는 2일까지만 해도 일 거래가가 1만7455원에 형성돼 있었다. 전년보다 31% 높고, 평년대비 16% 높았다. 하지만 불과 며칠 새 가격이 급락했다.
수박 가격이 많이 오르고 참외 가격이 내려간 건 날씨와 상관관계가 있다. 다만 상인의 설명처럼 피수박이 많아져 가격이 오른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농업관측센터 노호영 원예관측실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산지의 변화 때 가격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서 “(출하되는) 수박 주산지가 충청 음성에서 강원 양구로 변화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날씨가 더워진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노 실장은 “수박의 절대적인 출하량 자체는 전년 대비 그렇게 감소하지 않았다”면서 “폭염이 빨라졌고, 많이 덥다 보니 수박을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여름철 과채류 중 수박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귀띔했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상인의 말처럼 현재 피수박이 대량 발생하는 상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폭염이 지속한다면 향후 출하될 수박의 품질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있다. 35도 이상 고온이 지속하면 제품화에 문제가 생긴다.
참외 가격 하락은 일시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수박 판매가 늘면서 참외 수요가 줄었을 수 있다. 올해 참외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게 아니기 때문에, 향후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관측이다. 참외는 이제 출하 끝물인데, 재고가 많이 남아 있다면 낮은 가격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
참외는 주로 3월 하순에 출하를 시작해 7월 초까지 이어진다. 저장이 어려워 제때 소비된다는 특징이 있다.
참외가 시장에서 퇴장하는 7∼8월 수박은 출하가 급증한다. 보통이라면 출하량이 늘면서 가격이 싸져야 하지만, 올해 폭염 영향으로 소비가 늘고, 향후 출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박은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시기에 반입량 증가 폭 대비 하락 폭이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국적인 무더위는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12시10분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는 30∼38도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20분 기준 서울 낮 최고기온은 37.1도까지 올랐다. 1907년 10월 서울 기상관측 시작 이래 7월 상순 최고 기록이다. 종전까지 가장 높았던 때는 1939년 7월의 36.8도다.
9일에도 전국적인 무더위가 예상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1∼27도, 낮 최고기온은 26∼36도로 예보됐다. 체감온도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35도 안팎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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