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차출 못해 K리거 대거 기용
8분 만에 이동경 중거리포 골망 갈라
국내파 골잡이 주민규, 헤더 추가골
김주성은 국대 데뷔골로 승부에 쐐기
中과 통산전적 24승 13무 2패로 압도
11일 홍콩과 2차전… 6년 만의 우승 도전
중국 축구의 ‘공한증’ 극복은 아직 멀어 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경기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개막전 중국과 경기에서 이동경(김천), 주민규(대전), 김주성(서울) 등이 골 잔치를 벌이면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중국과 A매치 통산 전적에서 24승13무2패의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한국과 일본, 중국, 홍콩 등 4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다. 이로 인해 유럽파 차출이 어려워 한국 대표팀은 K리그 선수들을 주축으로 꾸려졌다. 3-4-3 포메이션으로 중국전에 나선 한국은 K리그1 득점 선두를 달리는 전진우(전북)가 이날 어지럼증으로 소집 해제된 가운데 10골로 2위인 주민규가 홍명보호의 공격 선봉에 섰고 이동경, 문선민(서울)이 공격 2선에서 주민규의 뒤를 받쳤다. 중원에는 이태석(포항)과 김문환(대전)이 좌우 날개에 서고 김진규(전북)와 김봉수(대전)가 중원을 맡았다. 김주성, 박진섭(전북), 박승욱(포항)이 스리백 라인을 구축한 가운데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끼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이후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과 결별한 중국 대표팀은 데얀 주르예비치 20세 이하(U-20)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춘 중국은 기존 대표팀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제외하고 2000년대생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그래도 주예르비치 감독은 “현시점 뽑을 수 있는 최강의 라인업”이라면서 2군에 가까운 한국 대표팀과 해볼 만하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번 대회를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데려갈 만한 자원을 찾아낼 테스트 기회로 삼겠다는 밝혔기에 사령탑의 눈도장을 받기 위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자세는 진지했다. 이는 FIFA 랭킹 23위인 한국과 94위인 중국의 격차가 말해주듯 전반부터 한국의 우위로 이어졌다.
결국 한국은 경기 시작 8분 만에 선취골을 만들었다. 박승욱이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연결한 공을 김문환이 잡아 이동경에게 패스했다. 이동경은 빠르고 정확한 터치 후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왼발로 공을 감아 차는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중국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2021년 6월 스리랑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이후 4년 만에 A매치 득점을 기록한 이동경은 이번 대회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한국은 전체적으로 수비 라인을 높이며 중국을 압박했고 전반 21분 추가골이 나왔다. 짧은 패스로 중국 수비 라인을 돌파한 이태석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주민규가 깔끔한 헤더로 마무리했다.
전반을 두 골 차로 앞선 채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문선민의 날카로운 슈팅이 중국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는 등 공세를 이어갔고 또 한 번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세 번째 골의 주인공은 김주성이었다. 후반 11분 코너킥 찬스에서 박승욱의 골대 앞 헤더가 문전 앞으로 흐르자 김주성이 오른발로 차 넣었다. 김주성의 A매치 데뷔골이다.
이후 한국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 속에 경기를 주도해나갔고 홍 감독은 후반 19분 주민규와 문선민을 빼고 이호재(포항)와 강상윤(전북)을 투입했고, 후반 28분에는 김문환과 김봉수를 대신해 모재현과 서민우(이상 강원)를 내보냈다. 이어 후반 39분에는 김진규와 이승원(김천)을 맞바꾸는 등 5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해 선수들에 대한 테스트를 이어갔다.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한국 대표팀은 같은 장소에서 11일 홍콩, 15일 일본과 일전을 벌인다. 일본에서 열린 2022년 제9회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친 한국은 2019년 제8회 대회 이후 6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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