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베트남 외 대부분 합의 못 해
日, 국내 선거 맞물려 신중 접근
인도 ‘미니협상’ 타결 임박 보도
EU “원칙적 합의 도달 위해 노력”
韓, 통상·안보 투 트랙으로 가동
일단 협상시한 유예 얻어낸 후
‘선의의 대화 창구’ 확보에 전력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유예시한으로 제시한 시한이 오는 8일(현지시간)로 하루 앞으로 다가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까지 협상이 대부분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교역국들이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관세 통보 서한 발송 대상국을 12개국으로 언급했으나 6일 15개국으로 늘려 말하는 등 협상 상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부분의 국가에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한국, 유럽연합(EU)을 포함한 50여개국에는 각각 10%가 넘는 상호관세를 지난 4월 2일 책정한 뒤 같은 달 9일 시행에 들어갔으나 곧바로 90일 유예했다. 이후 유예 만료 시점인 8일을 시한으로 삼아 각국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미국과 합의에 도달한 나라는 원래 상호관세율이 10%였던 영국과 46%였던 베트남뿐이다. 서로에게 100%가 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대치하던 중국과는 약 3개월간의 잠정적인 유예 합의만 했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서한 통보 대상국 15개국이 어디인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각국은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25%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은 한국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약 1주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다. 여 본부장은 특파원들을 만나 귀국행 비행기표는 끊지 않았다며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또 이날은 안보 수장인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찾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계획을 밝히는 등 안보·통상 라인을 모두 가동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미 정·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미 당국이 이른바 한국의 ‘비관세 장벽’에 대해 강도 높은 철폐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협상 시한 유예를 목표로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의의 협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일찌감치 미국과 관세 협상에 나섰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자동차 무역 불균형’ 문제를 재차 언급하면서 협상 조기 타결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운명을 가를 참의원(상원) 선거전이 지난 3일 시작됨에 따라 운신의 폭이 더욱 좁은 상태다. 다만 일본 측 대미 협상 담당 관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7차례 미국을 찾아 협상을 벌였고,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토로 이후인 지난 3일과 5일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각각 45분, 60분간 통화하는 등 미국과 꾸준히 협의에 나서고 있다. 일단 상호관세 부과 기한이 한 번 더 유예돼 협상 시간을 버는 쪽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은 인도언론 CNBC-TV18을 인용해 금명간 미국과 인도가 ‘미니무역협상’을 최종 타결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당초 빠른 무역 협상 타결이 기대됐지만 지난달 미국의 강력한 시장 개방 요구에 부딪혀 합의 타결이 늦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 발송을 고리로 압박하자 일단 합의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마무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6% 상호관세율이 매겨진 태국은 미국에 거듭 양보안을 제시하며 막판 합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피차이 춘하바지라 태국 재무장관은 지난 6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460억달러(약 60조원)인 대미 무역흑자를 5년 내로 70% 줄이고 7~8년 후 균형을 맞추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나의 경제주체로 분류된 EU도 9일까지 무역협정 체결을 목표로 미국과 협상 중이이다.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무역담당 대변인은 7일 “9일까지 최소한의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회원국별로 입장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진 EU에서는 독일의 경우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영국 방식의 신속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프랑스의 경우 성급한 합의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버티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주 전만 해도 미국 노동절인 9월1일까지 협상 시한이 유예될 수 있다고 말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유예 연장에 열린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한이 다가오면서 서한 발송을 압박하고 9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상대를 몰아붙여 원하는 것을 얻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술로 이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서한 발송 대상국이 12개국이라고 했다가 다시 15개국이라고 숫자를 늘려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