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기준 ‘근로시간→소득’ 변경
시대 변화 맞춰 30년 만에 개선
적용 보수는 추후 시행령서 확정
‘N잡러’ 등 사각지대 해소 기대
고용보험 가입기준이 근로시간에서 소득 기반으로 전면 개편된다. N잡러(다중취업자) 등 고용 형태가 다양화하는 상황을 반영하고,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을 더 두텁게 보호한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7일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근로자의 고용보험 적용기준을 기존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바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1995년 고용보험 시행 이후 30년 만이다. 고용부는 2020년 12월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내놓은 뒤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 마련을 추진해 왔다.

현재는 월 60시간 이상(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만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은 일정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고, 여러 일자리에서 초단기로 일할 경우 가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지금은 사업장 두 곳에서 주 14시간씩 일하더라도 고용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개편안의 핵심은 이 같은 시간이 아닌 소득을 고용보험 적용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적용 보수 기준은 향후 시행령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적용기준이 소득으로 바뀌면 국세 소득자료에 대한 전산 조회만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가입 누락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고용부는 “국세청에서 구축 중인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와 연계하면, 미가입 근로자를 매월 확인해 직권 가입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번 개정은 고용 형태 다변화에 따른 고용보험 가입자 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고용보험뿐 아니라 산재보험과 국민연금, 건강보험의 가입 확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주는 근로자 보수를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에 따로 신고하지 않아도 돼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내년 1월부터 사업주가 매달 상용 근로자의 국세 소득을 국세청에 신고하게 되는데, 이때 근로자의 근로소득을 한 번만 신고하면 고용·산재 보험료 관련 보수 신고도 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보험료 징수 기준도 현행 월 평균보수에서 실보수로 바뀐다.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이 고용·산재 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월평균 보수를 기준으로 당해연도 고용·산재 보험료를 부과하고 실보수와의 차액은 다음 연도 보수총액 신고 시 별도로 정산했다.
고용보험 급여 지급기준도 현행 임금에서 향후 실보수로 바뀐다. 현재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기준은 ‘이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으로 이직 전 임금명세서를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개정안은 이를 ‘이직 전 1년 보수’로 변경해 납부한 보험료(실보수)에 따라 구직급여액을 산정할 수 있다. 기준 기간이 늘어나면서 구직급여액이 일시적 소득 변동에 좌우되지 않는 효과도 있다.
고용부는 40일간 입법예고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올해 10월 중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연내 입법이 되면 2027년 1월부터 이 같은 체계가 적용된다. 다만 구직급여 지급기준 개편은 1년 치 보수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1년이 지난 2028년 1월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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