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관세 강력 규탄 ‘공동선언문’
선언문에 美·트럼프 직접 언급은 안 해
트럼프 “브릭스 동조 땐 추가관세” 응수
5개→11개회원국 체제 전환 뒤 첫 회의
시진핑·푸틴 불참에 실질적 성과 없어
일각선 “존립 자체 불투명하다는 신호”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겠다며 세를 불려온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가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과 관세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반(反)서방 연대를 공고히 했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이 불참한 ‘반쪽짜리’ 회의가 열리면서 브릭스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릭스에 동조하는 국가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1개 브릭스 회원국은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17차 정상회의에서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완전한 감시하에 있는 이란의 “평화적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규탄하는 한편 “무차별적으로 인상한 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교역 질서 교란을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실상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지만 선언문에서는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관세 압박 중인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는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브릭스는 또 ‘브릭스판 세계은행’이라고 불리는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NDB) 내에서의 자금조달 비용 인하·투자 촉진을 위한 보증 이니셔티브 시범 운영 계획을 전폭 지지하기로 했다. NDB는 브릭스판 세계은행(WB)으로 불리는 조직으로 이를 활용해 미국 주도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는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며, 이 정책에는 예외가 없다”고 응수했다.
7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다자간 외교 무대는 10여년 넘게 5개국(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어오던 회원국 규모를 11개국(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 합류)으로 불린 뒤 처음 마련됐다. 세계 경제의 약 39%(회원국 달러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비중)를 차지할 정도로 브릭스가 몸집을 불리면서 미국의 고립주의 정책에 맞서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 회의에도 브릭스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브릭스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모두 불참하면서다. ‘실각설’, ‘건강이상설’ 등에 휩싸인 시 주석은 집권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참석 대신 리창 국무원 총리를 보냈고,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인 푸틴 대통령도 화상으로만 회의에 참석했다. 브라질은 ICC 가입국으로 푸틴 대통령이 입국할 경우 체포 의무가 발생한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도 총리나 왕세자 등을 대신 보냈다.
일각에서는 주요국 정상의 불참이 브릭스의 존립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신호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 CNN은 “중국과 러시아가 빠진 브릭스는 리더십 공백이 뚜렷하고, 실질적 성과는 없이 상징만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고, 영국 가디언은 “중국과 러시아의 불참은 브릭스의 이념적 가치와 결속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조앙 알프레두 브라질 가톨릭대 교수는 AP통신에 “이집트 대통령의 불참과 이란·UAE 등의 대표성 불확실성은 브릭스가 아직 결속력 있는 국제 블록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지금은 고도의 외교 조율이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실상은 각국이 분산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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