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규제 여파…임대차 시장 불안감 더 높아질 듯
전문가들 “공급 병행 없는 규제, 집값 안정 한계 뚜렷”
서울과 수도권,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 전반에 급격한 냉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 아파트 시장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되며 거래 절벽 현상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가격 부담이 덜한 외곽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는 6억원으로 제한됐다. 다주택자의 추가 매입 목적 대출은 전면 금지됐고,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담보인정비율(LTV)도 기존 80%에서 70%로 낮아졌다. 주담대 차주는 대출 실행 후 6개월 이내 해당 주택에 반드시 거주해야 한다.
◆갭투자 차단 ‘후폭풍’…월세 전환 속도 빨라질 듯
이번 규제 강화로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거래 문의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넷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3% 상승하며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규제 발표 이후 급격한 관망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실수요자도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한도가 줄고 실거주 의무까지 더해지면서 생애최초·무주택자의 주택 구매력마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도 갭투자를 사실상 차단하면서 전세 수요 증가와 전세가 상승, 월세 전환 가속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수도권 과열을 단기적으로는 진정시키겠지만 공급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집값 안정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주담대 규제는 강남권과 같은 고가 아파트 시장에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돼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 중저가 시장은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이어져 지역별 온도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규제만으로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 어렵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정책 목적은 분명하지만 실수요자까지 대출 문턱이 높아져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생애최초 구입자나 무주택 서민층이 내 집 마련 기회를 잃을 수 있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전세대출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출 한도 제한과 실거주 의무는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공급 확대 없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규제는 수요를 억제하는 장치일 뿐이고,근본적 가격 안정은 결국 공급 확대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규제로 레버리지 기반의 갭투자 등 투자 목적 부동산 자산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실수요자라 해도 강화된 대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금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금리나 보유세 등 외부 변수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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