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당·생명 어떻게 되든 자신 안위 중요
과거 6가지 혁신안도 당에서 수용 안 해
호남 홀대 말고 수도권 정성 기울여야”
“지도부 TK가 독식해와… 구조적 혁신을
권한 혁신위에 위임하고 결과 수용해야
그렇지 않으면 혁신위는 요식행위 될 것”
국민의힘 안철수 혁신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전직 혁신위원장들은 ‘인적 쇄신’을 성공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인요한·최재형 전 혁신위원장은 6일 “TK(대구·경북) 등 영남 기득권 세력이 배지를 생명보다 귀하게 여기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며 “인적 쇄신 없는 혁신은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 전 혁신위원장은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TK 등 영남 기득권 의원들은 배지를 국가와 당,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긴다”며 “당이 어떻게 되든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내가 욕을 먹겠지만, 당에 필요한 쓴 약이다. 가감 없이 그대로 써달라”고 당부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당의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지금 당 지도부가 사실은 그동안 우리 당을 쭉 이끌어왔던 그 흐름이 그대로 이어져 있다”며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서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당이 그 당이었나 싶을 정도로 바꿔야 한다”며 “국민이 지금 바라는 게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는 그런 구조적 혁신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현재 국민의힘 ‘당3역’인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이 모두 친윤(친윤석열)계 영남권 의원들로 구성된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 윤석열정부 임기 내내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친윤계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을 제외하면 모두 TK 의원들이 독식해왔다.
인 전 위원장도 지역 편중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당이 수도권 사람들에 정성을 기울이고 이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전 위원장은 “대선에서 진 이유도 다 그것 때문”이라며 “우리 당도 호남 출신 대선 후보가 나올 수 있어야 건강한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혁신위도 당이 호남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구체적 메시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전직 위원장은 혁신위의 또 다른 성공 조건으로 지도부의 전폭적 수용 의지를 꼽았다. 최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는 최대한 혁신위에 권한을 위임하고 그 결과물인 혁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혁신위는 유명무실한 요식행위가 돼버린다”고 경고했다.
과거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혁신위가 그나마 만든 것도 다음 지도부에서 채택 안 하고 끝나버렸다”며 “이번에도 결연한 각오가 없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재형 혁신위’는 이준석 당대표 시절인 2022년 6월말 지방선거 승리 직후 출범해 이듬해 총선을 대비한 공천시스템 개선을 목표로 했지만, 이 전 대표 축출로 동력을 잃으며 6가지 혁신안을 발표했으나 당이 수용하지 않았다.

인 전 위원장도 “변화·통합·희생을 이야기했는데 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과거 혁신위를 할 때 6가지 혁신안을 냈는데, 당시 김기현 당대표가 화낸 게 하나 있다”며 “왜 미리 혁신안 발표 내용을 알려주지 않느냐고 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걸 미리 보고하고 하면 어떻게 혁신이 되겠나”라며 “혁신안을 미리 정하고 한 게 아니다.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 전 위원장은 2023년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이 보궐선거 참패 이후 10월말 당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혁신위를 맡아 두 달간 활동하며 지도부·중진·친윤 인사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등 6가지 혁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에 막혀 관철하지 못했고, 그 결과 당은 총선에서 역대 집권 여당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며 참패했다.
인 전 위원장은 “그때 나온 혁신안들은 귀한 결과물”이라며 “이번 혁신위도 그걸 120% 계승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파격적인 것들을 당이 온전히 받아들였다면 지금 지지율 20%대 정당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철수 혁신위가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이어 계엄과 탄핵에 반대한 안 위원장 행보에 대해서는 “안 위원장은 계엄·탄핵 과정에서 당론을 다 따르지 않았다”며 “그 밥에 그 반찬이 아니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최 전 위원장은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라는 시기적 난관도 지적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새로 선출될 텐데 혁신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 것인지도 중요하다”며 “과도기적 시점에 혁신안을 잘 만들고, 전당대회에서 이를 수용한다고 하면 좋은데, 그것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안철수 혁신위는 7일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혁신위원 6명을 포함한 인적 구성을 마무리한 뒤, 9일 첫 회의를 연다. 중도·수도권·청년 중심으로 구성될 혁신위는 6·3 대선 참패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총선 전략 마련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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