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으며 단일 사건으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기록한 삼풍백화점 참사가 30주기를 맞았다. 유가족은 “모든 참사의 공통점은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시작했다”며 새 정부에 안전한 사회를 주문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숲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위령탑에서 붕괴 참사 3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4·16 세월호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등 참사 유족과 시민들이 함께했다.

손영수 삼풍백화점붕괴참사유족회(삼풍유족회) 회장은 “1995년 6월29일, 그 참혹한 날로부터 30년이 흘렀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은 한순간도 사라진 적 없다”며 “세월호·이태원·제주항공까지 모든 참사의 공통점은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쉽고 안전한데 우리 사회는 왜 지키지 못하나”라며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게 돌아가신 분들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삼풍유족회는 이날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유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유가족 30명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가족 63.3%는 ‘장기적 울분’ 정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상 후 울분 장애(PTED) 임상 기준 이상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19명이었는데, 이 중 10명은 심한 장애 상태로 볼 수 있는 ‘중증도 울분’, 9명은 장기간 울분으로 고통받는 ‘임상적 울분’ 상태였다. 반복적 사고, 분노, 무기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보여 참사 이후 유족들의 울분 정서가 현재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응답자의 83.4%는 전문가의 심리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는데,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인식한 비율이 30%에 불과했다.
유가족은 전원(100%)은 참사 이후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보상이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됐는지를 두고도 부정 응답(46.5%)이 긍정 응답(28.6)을 크게 넘어섰다. 추모 공간 형성과 관리에 관해서도 유족 과반인 73.4%는 추모 공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참사 당시 삼풍백화점 건물 잔해는 폐기물로 난지도 매립장에 묻혔는데, 손 회장은 “수습되지 못한 시신 32구가 아직 난지도에 있다. 시신을 못 찾은 유가족은 명절이면 표지석 하나 없는 곳에 희생자를 추모하러 간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었던 5층짜리 삼풍백화점은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7분 무너졌다. 이 사고로 사망자 502명과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이 발생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