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뒤따라야 효과"…정부, 도심내 공급물량 확보 고심

"대출 규제 발표 첫날엔 급하게 계약일을 앞당기려는 매수자들이 몰려 눈코 뜰 새가 없었는데, 규제가 시작되니 매수 문의가 뚝 끊겼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
정부가 내놓은 초강력 대출 규제가 시작된 지난 28일, 집값 급등을 이끈 서울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일대 부동산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현장에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한동안 관망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거래량도 크게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집값을 끌어올리던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와 지방 원정 갭투자는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마포구 A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최근 집값 급등세는 현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이없는 수준이긴 했다"며 "4월에 23억원에 매매를 했는데, 6월에 바로 26억원으로 뛰더라"라고 했다.

그는 "이번 규제는 여파가 꽤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며 "마포 아파트는 대출이 안 나오면 사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기존 아파트 '갈아타기'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마포구 아파트의 지난달 평균 매매가격은 15억490만원이다.
무주택자라면 비규제지역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를 적용해 최대 10억5천만원가량 대출이 가능했다. 현금 4억5천만원이 있으면 매매할 수 있었지만, 6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이제 9억원을 쥐고 있어야 한다.
지방 거주자들의 '원정 갭투자'도 어려워졌다.
현금이 충분하다 해도, 주택담보대출을 일부라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를 보면, 지난 4월 거래된 서울 강남구 아파트 546가구 중 120가구(22%)를 서울 밖에서 거주하는 외지인이 사들였다. 서초구의 경우도 같은 달 거래된 519가구 중 39가구(19%)를 외지인이 샀다.

결국 현금 부자들만 이득을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서울 성동구 B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가 시작되고 나서도 자기 자금으로 움직이는 고객들은 여전히 좋은 물건 나오면 얘기해달라는 연락을 해오더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시장 과열을 단기에 진정시키기에는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시장 위축으로 실수요자와 임차인의 주거 불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후속 대책을 세밀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 물량 감소, 정비사업 지연에 대한 정책적 보완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 공급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래 위축과 국지적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 수요 억제책으로 시간을 번 만큼, 정부는 시장 상황을 보며 이르면 다음 달께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도권에 신규택지를 대거 지정해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공공기관과 기업이 보유한 유휴부지와 역세권·상업지구를 고밀 개발해 도심 내 공급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직주근접' 선호가 강해진 점을 고려해서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태릉골프장(1만가구), 용산 캠프킴(3천100가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3천500가구) 등에 공급 계획을 내놓았으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업무·상가 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고, 공공청사를 재개발하면서 저층에는 청사, 고층에는 주택을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용적률·건폐율을 상향하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정비사업 기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가 기존에 내놓았던 공급대책을 재점검해 공급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5만 가구 공급 방안을 발표한 뒤 올해 상반기 3만 가구의 추가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 내내 방치하다시피 했던 주택공급계획, 3기 신도시 조성계획, 공공 재개발 계획을 꼼꼼하게 점검해 신속하게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신도시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방위 공급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 발표한 신규택지와 3기 신도시의 개발 밀도를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여파로 최근 3년간 비(非)아파트 공급 물량이 10년 평균에 비해 70%가 줄었다"며 "공급 효과를 가장 빨리 낼 수 있는 것이 비아파트이기 때문에 관련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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