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유명 30대 여성 인플루언서가 심각한 거식증을 앓다 결국 숨졌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더선 등 외신은 구독자 약 91만명에 달하는 뷰티 인플루언서 니할 칸단(30)이 지난 21일 거식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칸단은 거식증으로 2년 동안 무려 40㎏나 몸무게가 빠졌다. 사망 당시 몸무게는 23㎏에 불과했다. 국내 초등학교 3학년 평균 몸무게와 비슷하다.
칸단은 사망 전 매일 커피와 탄산음료 등으로 배를 채웠다고 한다. 커피는 소변을 배출하는 이뇨작용을 촉진하고, 탄산음료는 헛배를 부르게 해 식욕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칸단은 현지 패션 TV 프로그램 ‘부 타즈 베님’에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독보적인 패션 감각을 자랑하며 인기를 얻고 뷰티 사업까지 진출했다.
튀르키예 여성단체연합은 칸단의 죽음을 두고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외모 중심적 압박과 신체에 대한 강요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TV 프로그램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문제로 지적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거식증은 음식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며 체중 감량에 집착하는 섭식 장애다. 거식증은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질환이 동반된다. 저체온, 무월경, 탈수, 저혈압 같은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식증은 왜 걸리는 걸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마른 체형을 극대화한 ‘개말라 인간’ ‘뼈말라 인간’이 되고 싶다며 다이어트 게시글을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매일 체중을 인증하면서 ‘다이어트 일기’를 쓰는 방식이다. 운동보다는 먹고 토하는 섭식장애 유형이나 극단적 단식을 한다.
이들 콘텐츠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을 미화한다. 이른바 ‘뼈말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왜곡된 외모 기준을 확산시켰다.
질병관리청의 ‘성인 체질량지수 분류에 따른 체중감소 시도율’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여성 10명 중 3명은 정상 체중인데도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했다. 체중 감소를 시도한 20대 여성은 53.9%로 절반을 넘었다. 저체중인 20대 여성(14.8%) 가운데서도 16.2%가 체중 감량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마른 체형을 선호하고 무분별한 체중조절을 유도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더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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