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인물화의 대가로 여겨지는 동강(東江) 권오창 화백이 전통 복식을 바탕으로 한 그림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국립대구박물관은 권 화백의 작품 168점을 기증받았다고 27일 밝혔다.

권 화백은 1990년대부터 우리 전통 궁중 회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을 그려왔다. 그는 1992년 설총 영정을 시작으로 김부식, 정도전, 백제 성왕(재위 523∼554), 조선 단종(재위 1452∼1455) 등 17점의 표준영정을 그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표준영정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표준영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위인의 모습을 역사적 고증에 기반해 표준화한 초상화를 일컫는다. 이번에 기증한 작품에는 전통 복식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어 주목할 만하다.
특히 권 화백이 ‘전통 어린이 복식화’ 전시를 위해 2001년부터 제작한 그림은 실물 복식 자료와 근현대 사진을 바탕으로 고증을 거쳐 완성한 것이다. 색동으로 된 저고리, 기러기 매듭의 띠 고름, 색동두루마기 등이 생생히 담겨있다.

대구박물관 관계자는 “권 화백은 생동감 있는 표정을 담아내기 위해 연령대별 아이들의 얼굴과 몸짓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그림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명절이나 경축일, 국가적 의례 등에서 착용했던 예복인 통천관복 차림의 순종(재위 1907∼1910), 푸른 빛의 곤룡포를 입은 태조(재위 1392∼1398) 그림도 함께 기증됐다. 권 화백은 국립대구박물관이 복식 문화에 대한 연구와 전시에 꾸준히 힘써온 점을 높이 평가하며 기증을 결심했다고 박물관 측은 밝혔다. 기증품은 향후 보존 상태를 확인한 뒤, 국립대구박물관 소장품으로 등록해 관리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내년 특별전을 통해 기증받은 작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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