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가 듣지 않는, 소위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숨지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CRE 감염증은 항생제 내성을 가진 이른바 ‘슈퍼세균’에 의한 감염 질환이다. 내성 장내세균목 감염증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장내세균목(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ales)을 말한다. 요로나 혈류 등 다른 부위로 유입돼 요로 감염, 혈류 감염, 폐렴과 같은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27일 공개한 법정감염병 발생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이른바 ‘슈퍼세균’에 감염되는 질환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감염증의 국내 신고 건수가 지난해 4만 건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838명으로 집계됐다.
CRE 감염증 신고 건수는 2019년 1만 5369건, 2020년 1만 8113건, 2022년 2만 3311건 등으로 매년 20~30%씩 증가했다.
지난해 감염자는 70세 이상이 2만 8713건으로 67%를 차지했다. 60~69세(7694명)를 더하면 60세 이상이 전체의 85%에 달한다.
CRE로 인해 감염증을 일으키는 경우 사망률은 26~75% 수준으로 높다.
항생제 오남용이 CRE 감염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약 1.2배(2021년 기준) 높다.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항생제 중 약 30%가 부적절한 처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정 감염병도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수 감시 법정 감염병(1∼3급) 신고 환자 수는 총 16만8586명(인구 10만명당 329명)이었다. 2023년 10만9천87명과 비교해 5만9499명(54.5%) 늘었다.
2023년 8월 2급에서 4급으로 전환돼 전수 감시 대상에서 제외된 코로나19와 작년 1월부터 4급에서 3급으로 격상해 전수 감시가 시작된 매독은 제외한 수치다. 이들을 포함할 경우엔 2023년 562만6627명에서 작년 17만1376명으로 97% 줄었다.
2023년 대비 지난해 환자가 늘어난 주요 감염병은 백일해, 성홍열, 수두,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CRE) 감염증 등이다.
특히 2023년 292명에 불과했던 백일해 환자 수는 지난해 4만8048명으로 164.5배 폭증했다.
발작성 기침을 특징으로 하는 백일해는 지난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행했다. 작년 11월 백일해에 걸린 영아가 사망해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국내 첫 백일해 사망 사례로 기록됐다.
호흡기 전파 감염병인 성홍열도 백일해와 마찬가지로 미취학 영유아와 학령기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해 지난해 환자가 전년의 8.1배인 6642명으로 신고됐다.
수두 환자는 3만1892명, CRE 감염증은 4만2347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18.3%, 10.3% 늘었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쯔쯔가무시(6268명)도 지난해 발생이 10.7% 증가했다.
해외 유입 감염병은 606명이다. 전년 대비 55.8%(코로나19 제외) 늘었다. 뎅기열(196명), 매독(117명), 말라리아(54명), 수두(43명), C형 간염(41명) 순으로 해외 유입 사례가 많았다. 79.5%가 아시아 국가에서 유입된 경우였다.
작년 법정 감염병 사망자(결핵 제외)는 1238명으로, 전년 대비 18.2% 늘었다.
각각 158명, 87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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