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조713억원 투입·12년 소요
해체경험 쌓이면 글로벌 도전장
1972년 건설 및 운영허가를 받은 뒤 1978년부터 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첫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공식적으로 해체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전 세계에서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4개국뿐이어서 우리나라가 해체 경험을 토대로 향후 원전 해체시장에도 뛰어들면 국내 원전 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제216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원자력안전법 제28조에 따라 고리 1호기 해체를 승인했다. 고리 1호기는 최초 수명인 40년을 운전한 뒤 박근혜정부 시절 ‘계속운전’과 ‘정지결정’ 간 첨예한 논의를 거쳐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7년 6월18일 영구정지를 확정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종해체계획서 등 필요 서류를 준비해 2021년 5월15일 해체승인을 신청, 이듬해부터 원안위가 본심사에 착수해 총 5차례에 걸쳐 358건의 질의·답변을 거치며 이날까지 8년에 걸친 사전준비 작업을 거쳤다. 현재 계획대로면 고리 1호기 해체는 2037년에야 완료된다. 한수원은 방사능 준위가 낮은 시설부터 해체작업을 시작해 2031년 사용후핵연료를 반출, 오염구역 해체는 2035년을 목표로 한다. 전체 해체에는 1조713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원전 부흥기’에 접어든 요즘, 처음 설계 때 정한 최소수명을 채운 뒤에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계속운전 기간 확대 논의가 활발하다.
임시우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은 “즉시해체든, 지연해체든 언젠가 해체는 해야 하고 정지된 원전을 계속 둘 수 없다”며 “한수원은 (해체)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측면에서 즉시해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4개국이다. 이 가운데 고리 1호기와 같은 경수로가 있는 대형 원전을 해체해본 나라는 미국뿐이다. 고리 1호기를 성공적으로 해체할 경우 우리나라도 5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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