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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봤다고 총살… 이혼하면 징역 1년” 북한 탈북민 증언

입력 : 2025-06-26 07:47:04 수정 : 2025-06-26 07: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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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울사무소 증언 행사… “이모티콘 검열·출산 기피 처벌까지”
맹효심 북한이탈주민이 25일 서울 종로구 유엔 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 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 공개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한국 드라마나 K팝 등 외부 문화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주민을 공개 처형하고, 문자메시지에 하트 이모티콘을 붙인 것까지 단속했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나왔다.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는 25일 서울 중구 글로벌센터에서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간 북한 인권 상황’을 주제로 증언 행사를 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탈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전했다.

 

2023년 5월 일가족과 함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한 김일혁 씨는 이날 행사에서 “제가 아는 22세 청년이 남한 드라마 3편과 K팝 70여 곡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총살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3개월에 두 번꼴로 공개 처형이 열렸고, 한 번에 12명이 총살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0년 12월, 남한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 시청자는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바 있다. 김 씨는 “이 법이 실제로 극단적 처벌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여성 탈북민은 “2015년부터 휴대전화 검열이 본격화됐다”며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오빠’라고 저장하거나 이름 옆에 하트 이모티콘을 붙이면 청년동맹 조직원들이 ‘○○동지’로 바꾸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엔 한국 콘텐츠 시청이 적발돼도 300~400달러를 내면 넘어갈 수 있었지만, 최근엔 처벌을 피하기 위한 뒷돈 규모가 훨씬 커졌다”고도 덧붙였다.

 

이 여성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지만, 언제 총살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았다”고 털어놨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악화됐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김일혁 씨는 “당시 병으로 죽은 사람보다 굶어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며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고 범죄가 만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탈북민은 “코로나 이전엔 장마당에서 꽃제비(거리 노숙 아동)를 거의 보기 어려웠는데, 이후엔 부모를 잃고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이 급증했다”고 증언했다.

 

출산 기피와 이혼 증가를 단속하기 위한 법적 조치도 언급됐다. 한 탈북민은 “여성들이 출산을 두려워하면서 출산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퍼졌다”며 “2023년부터 이혼 시 1년 징역형에 처한다는 법이 시행됐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의 ‘북한인권백서 2024’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이혼이나 임신중단을 선택할 경우 노동단련대에 보내진다는 다수의 증언이 탈북민들로부터 수집된 바 있다.

 

한편 유엔인권사무소는 오는 26일까지 탈북민 공개 증언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약 400명의 탈북민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으며, 이들의 증언은 오는 9월 제6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후속 보고서로 제출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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