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1949년 4월 출범했다.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계기로 미국과 나란히 초강대국 반열에 오른 소련(현 러시아)이 동유럽을 넘어 유럽 대륙 전체를 석권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던 시절이었다. 이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대서양 건너 미국과 캐나다까지 가세해 소련에 맞설 군사 동맹으로 창설한 것이 바로 나토다. 독일(당시 서독)은 2차대전 전범이라는 원죄 탓에 나토에서 배제됐다가 동서 냉전이 격화한 1955년에야 회원국 지위를 얻었다.

나토 동맹국들 가운데 소련에 맞먹는 군사력을 지닌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그러니 설립 초창기부터 미국이 나토를 주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50∼1960년대에 나토는 미국에서 정책 초안을 마련하면 이를 영국하고만 협의한 뒤 기타 회원국들에게 최종 결정 내용을 통보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서방 3대 강국의 일원을 자처하는 프랑스로선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가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인 1966년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은 “프랑스는 프랑스의 힘으로 지킨다”며 나토 탈퇴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2017년 1월∼2021년 1월) 당시만 해도 나토에 무척 부정적이었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나라들이 국방비를 적게 쓰면서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이른바 ‘무임승차’ 행태를 벌여 왔다는 이유에서다. 오죽하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의 금액을 방위비로 지출하는 회원국 정상들만 따로 불러 점식 식사를 대접할 정도였다. 2기 집권기 들어 더욱 강경해진 트럼프는 동맹국들에게 “GDP의 5% 이상을 국방에 투입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개막한 가운데 회원국 거의 전부가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를 향해 “마침내 동맹국 모두가 5% 상향에 서명했다”며 “지난 수십년간 어느 미국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라고 찬사를 바쳤다. 회원국 가운데 어느 한 나라가 침략을 당하면 모두가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나토의 집단안보 원칙은 흔히 ‘원 포 올, 올 포 원’(one for all, all for one)으로 불린다. 이제는 ‘올 포 트럼프’로 바꿔 불러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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