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 확충 위한 비상대책 마련 착수해야
새 정부 임기 시작 전부터 기정사실로 했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어 국무회의에서 확정되고 어제 국회에 제출됐다. 야당이 제대로 협조 안 하면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여 주내로 국회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전략까지 세워져 있다는 후문이다. 추경의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함께 편성한 예산안을 야당이 엄격히 심의한다는 헌법적 장치가 새 정부 벽두부터 부정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세입감액경정 10조3000억원이 포함된 총 30조5000억원 규모의 올해 2차 추경안은 0%대로 주저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인해 대체로 필요한 경기 대응 조치로 이해되고 있다. 엄중한 대내외적 경제 상황에 따라 수용하는 분위기가 더 많은 만큼 과거와 같은 소모적 추경 논란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추경에 담긴 재정운용의 맥을 짚어보면 장탄식이 절로 나오는 것을 금할 수 없다. 경기 부양과 민생 안정이라는 긍정 수사 속에 가려진 우리나라 재정관리의 씁쓸한 뒤안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추경에 따라 예상되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무려 110조4000억원, GDP 대비 4.2% 수준이다. 202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규모 적자가 반복된 것이 벌써 6년째다. 올해만이 아니라 이 기간 연평균 재정적자가 GDP 4%를 훨씬 상회한다. 우리나라 재정관리가 사실상 위기 상황에 봉착했음을 알려준 것이 어쩌면 이번 추경에 담긴 가장 핵심적인 정책 시그널일지 모른다. 법적 구속력을 통해서라도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재정준칙 제도 도입이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다.
추경에서 10조원의 세입을 감액 경정한 것은 세입결손이 올해도 발생함을 의미한다. 3년째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물론 대내외적인 경기변화와 충격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의 낙관적인 세수전망 반복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정부의 공언에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면 이제는 중립적이며 전문적인 세수전망 조직 구축과 같은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할 때다.
국세수입이 실제로는 증가하지 못하고 도리어 감소하면서 생긴 세입결손은 단순히 정부 전망역량 부족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2017년 수준보다도 낮은 17.8%이다. 박근혜정부 말기 수준으로 돌아간 것과 진배없다. 이는 점진적이더라도 지속적으로 늘어왔던 국세수입에서 이전에 없었던 큰 변고가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정책당국은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도 세수가 탄력적으로 회복돼 이전의 정상적인 세수 경로로 회귀하여 조세부담률이 곧 20%대로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세입확충을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추경을 편성해야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현시점에 증세를 추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략 1~2년의 시차를 두고 세입을 보강하는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이를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정책의 안정성, 투명성, 수용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선택이다.
현재의 재정관리 난맥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고심해야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특히 코로나 이후 우리 국세수입에서 전개되었던 변화는 전례 없던 것으로 재정에 대한 부작용만이 아니라 정책 전반과 정부 운영에 큰 후유증을 남겼다는 점을 새 정부는 각별히 유념하고 대응해야 한다. 4년 전 코로나 19 해제와 함께 2년간 세수 풍년이 들었으나, 직후 2년간 세수가 급감하는 질풍노도의 변동성 확대 기간이 있었다. 정신을 잃을 정도의 세수 롤러코스터에서 내린 후 정신을 차려 보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조세부담률이었다.
국가재정 조달의 밑천인 국세수입에서 대규모 결손이 연속 반복되면 정부기능의 정상적인 작동에 큰 장애가 생긴다. 정부는 무력감을 넘어 혼란에 빠지고 정권이 곧 파멸의 내리막길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을 실제 경험에서 여러 차례 목격했다. 추경안 제출에 맞춰 튼튼한 재정 기반을 당부하는 것은 이전 정부들의 실패가 사실은 이미 재정관리 부실에서 시작되었음을 반면교사로 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세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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