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9주 톱10 올라
디즈니플러스 ‘나인 퍼즐’도 6개국서 흥행
김고은 주연 ‘은중과 상연’ 하반기 기대작
‘서초동’ ‘달까지 가자’ ‘아이돌아이’ 대기중
“내실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시도 필요한 때”

제작비 상승과 투자 위축 등 경기 불황의 여파가 미디어 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치면서 올 상반기 대형 스튜디오의 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중소형 제작사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형 제작사들이 앞다퉈 다채로운 소재의 웰메이드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결과다.
카카오엔터테인트먼트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극장가 차트는 물론 각종 시상식에서까지 성과를 내며 상반기 K콘텐츠 시장을 주도했다.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9주간 글로벌 비영어권 톱10에 드는 장기 흥행 기록과 함께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방송부문 드라마 작품상, 극본상 등 4관왕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4월에는 넷플릭스 ‘악연’이 글로벌 톱10 시리즈 2위에 올랐고, 5월에는 ‘나인 퍼즐’이 공개 첫주 디즈니플러스 TV쇼 부문 한국, 일본 등에서 1위를 달성하는 등 총 6개국에서 톱10에 진입하며 흥행 시동을 걸었다.
하반기에도 다수의 기대작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배우 김고은과 박지현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면서도 질투하고 미워하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그렸다. 고현정, 장동윤이 어머니와 아들로 호흡을 맞춘 SBS ‘사마귀’는 오래전 연쇄살인범으로 수감된 여인의 모방범죄가 시작되며 벌어지는 스릴러물이다. KBS2 ‘은수 좋은 날’(연출 송현욱, 극본 전영신, 제작 바람픽쳐스, 슬링샷스튜디오)은 우연히 발견한 가방 하나로 시작된 학부모와 선생의 비밀스럽고 위태로운 동업을 다룬 작품으로 이영애, 김영광, 박용우 등이 출연할 예정이라 관심을 모은다.
중앙그룹 산하 콘텐츠 제작사인 SLL은 JTBC를 통해 탄탄한 드라마 라인업을 선보였다. 3월부터 방송했던 ‘협상의 기술’이 10.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내 드라마로는 드문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다룬 오피스물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4월부터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공개되며 2주 연속 비영어권 글로벌 톱10에 올랐다. 지난달부터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드라마 부문 글로벌 3위,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9위를 기록했다.
CJ ENM 산하의 두 스튜디오 중에선 스튜디오드래곤이 올 초 tvN과 티빙에서 동시에 방송된 ‘원경’과 티빙 시리즈 ‘스터디그룹’으로 먼저 흥행 기지개를 켰다. ‘원경’은 남편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황후를 중심으로 새롭게 창조하고 해석한 서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스터디그룹’은 4주 연속 티빙 유로가입 기여자 수 연속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재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과 월화드라마 ‘견우와 선녀’가 방송 중이다. ‘미지의 서울’은 지난 22일 방영한 10화가 케이블과 종편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고, ‘견우와 선녀’는 23일 방송된 첫회에서 고등학생 무당인 성아(조이현)가 죽을 운명을 지닌 전학생 견우(추영우)를 만나 첫눈에 반하는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하반기 tvN에서 ‘첫, 사랑을 위하여’, ‘신사장 프로젝트’, ‘폭군의 셰프’를 방송하고 넷플릭스에서 ‘다 이루어질지니’와 ‘자백의 대가’, 디즈니플러스에서 ‘조각도시’, 티빙에서 ‘친애하는 X’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우빈과 수지가 주연을 맡은 ‘다 이루어질지니’는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가 감정이 결여된 가영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놓고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로, 히트작 제조기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가 대본을 썼다.
상반기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선보였던 CJ ENM 스튜디오스는 다음 달 5일 첫 방송되는 이종석, 문가연 주연의 tvN 새 토일드라마 ‘서초동’에 이어 MBC 금토드라마 ‘달까지 가자’ 등을 하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편수는 많지 않지만, 중소제작사들의 기대작도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히트작 ‘오징어 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제작사 싸이런픽쳐스는 이달 27일 최종장에 해당하는 시즌3를 공개한다. ‘킹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글로벌 히트작들을 제작한 에이스토리는 15년차 골수팬 초일류 스타 변호사와 극성 팬을 세상 제일 극혐하는 아이돌의 법정 서스펜스 추리물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아이돌아이’를 연말쯤 선보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쏠림 현상에 따라 앞으로도 대형 제작사들의 강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K콘텐츠의 내실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으로 제작 편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 어려워지면서 중소제작사들은 올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라며 “콘텐츠 시장이 대형 자본 위주로 개편된 시점에서 해외의 새로운 유통 채널을 개척하는 등 돌파구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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