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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마라도나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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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4 14:48:23 수정 : 2025-06-24 16: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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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낳은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가 2020년 11월25일 60세를 일기로 별세했을 때의 일이다. 세계 모든 나라의 스포츠 매체와 축구 선수들이 애도를 표한 가운데 ‘축구 종주국’ 영국의 반응은 유독 뜨뜻미지근했다. 1982년 아르헨티나 인근 남대서양의 섬 포클랜드 ― 아르헨티나에선 ‘말비나스’라고 부른다 ― 영유권을 둘러싼 영국·아르헨티나 양국 간 전쟁이 남긴 상흔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포클랜드는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 땅으로 남아 있으나, 아르헨티나 국민은 ‘언젠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우리 영토’란 인식이 확고하다.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오른쪽)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프란치스코’란 선수 이름과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팀 유니폼을 선물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마라도나는 물론 위대한 축구 선수였다. 하지만 그에겐 ‘스포츠맨십’이 전혀 없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잉글랜드 대표팀 골키퍼로 출전한 피터 실튼(75)은 마라도나 사망 후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당시 월드컵 토너먼트 8강전에서 맞붙어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를 2-1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그때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넣은 두 골 모두 마라도나의 득점이었다. 포클랜드 전쟁 패배 이후 영국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르던 아르헨티나에서 마라도나가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한 것은 당연했다.

 

실튼은 왜 마라도나가 스포츠맨십이 부족하다고 했을까. 잉글랜드 대 아르헨티나 8강전에서 터진 마라도나의 첫번째 헤더 득점이 실은 핸들링 반칙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비디오 영상을 봐도 마라도나가 공에 머리를 대는 척하면서 실은 왼손으로 공을 건드렸다는 점은 명백하다. 실튼은 “마라도나는 골 세레머니를 하기 위해 중앙선 쪽으로 달려가면서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두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며 “행여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까봐 걱정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 이후 마라도나는 단 한 번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브라질의 한 축구장 외벽에 그려져 있는 대형 그림.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 아르헨티나 대 잉글랜드 경기에서 손으로 골을 넣은 이른바 ‘신의 손’ 사건을 형상화했다. 연합뉴스

이 사건은 이른바 ‘신의 손’(Hand of God)으로 불리며 세계 축구사에 영원히 남았다. 얼마 전 88세를 일기로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답게 축구를 무척 좋아했다. 외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마라도나와 만난 자리에서 “어느 쪽이 죄지은 손이냐”고 물어봤다. 마라도나의 행동이 올바른 것은 아니었음을 지적한 뼈있는 농담이라고 하겠다. 마침 지난 22일은 멕시코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잉글랜드 8강전 3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라도나 둘 다 그립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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