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 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 제7광구!/ 검은 진주!” 어수선한 시절인 1980년 히트한 노래가 있다. 가수 정난이의 제7광구. “제! 7광구!”라고 외치던 소리가 45년 지난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제7광구(鑛區)는 우리나라가 제주 남동쪽 8만2000㎢의 광활한 바다에 석유·가스 등의 해저자원을 탐사·개발하기 위해 설정한 해역이다. 노래에서 ‘나의 꿈’을 실현할 ‘검은 진주’도 석유다. 결핍의 개발도상국 시대 산유국이 되어 단방에 부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7광구의 꿈’이다. 윤석열정부 때 ‘대왕고래의 꿈’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미 1960년대 말부터 동중국해의 대만과 일본 사이 해역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부푼 꿈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 꿈을 키운 것이 1974년 1월30일 조인돼 1978년 6월22일 발효된 한·일대륙붕남부구역공동개발협정과 북부구역경계획정협정이다. 이 협정에는 7광구 전체와 인접한 제주 남쪽 해역을 공동개발구역(JDZ·Joint Development Zone)으로 설정하고 양국이 함께 탐사·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유효 기간은 50년으로 협정에 따라 만료 3년 전인 지난 22일부터 한·일 어느 나라든지 협정 중단을 선언할 수 있는 상태에 돌입했다. 대륙붕 관할에 대한 국제판례상 1974년 협정 체결 때는 한국 입장처럼 ‘우리 땅이 바닷속으로 이어졌다’는 대륙붕 연장론이 우위였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보편화한 중간선 기준으로 할 경우 7광구 대부분이 속하는 일본 측 입지가 우세해진 상태다.
일본 정부는 협정 종료 여부를 당분간 신중히 검토한다고 한다. 종료 시 한·일이 파국을 면치 못한다는 점에서 일본도 성급한 결정은 쉽지 않다. 중국 측이 해당 해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일본이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야기될 파장을 가늠할 수 없다. 22일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7광구를 갈등 폭발의 시한폭탄이 아니라, 한·일 공동개발을 통해 양국 미래 세대를 위한 확고한 협력의 상징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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