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속보가 쏟아졌다. 참모총장, 사령관 등 이란군 수뇌부와 핵 관련 주요 과학자들이 동시에 공격을 받아 숨을 거뒀다는 소식에 소름이 끼쳤다.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급 인사들이 한순간에 살해되는 일이 가능한 것인가. 이란은 공습 전날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우리는 준비됐다”며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이란의 인적, 물적 자원 손실은 막대했다.
공습에선 드론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은 수개월에 걸쳐 이란 방공망 등 핵심 목표 인근에 드론을 배치해 방공 체계를 교란해 일명 ‘일어서는 사자’ 작전을 진행했다. 숨겨둔 드론이 타격 목표로 삼은 이란 핵심 인사의 자택 침실을 뚫고 들어가 폭발한 사례도 있었다. 이스라엘 보안기관 당국자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이란 핵심 인사 중 상당수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밝혔다.

드론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가 군사력이 한참 앞서는 러시아를 상대로 펼친 ‘거미줄’ 작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드론을 러시아 영토 깊숙이 몰래 들여보낸 뒤 러시아 공군기지를 타격한 이 작전으로 우크라이나는 전략폭격기 수십 대를 파괴하는 등 큰 전과를 올렸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부터 4800㎞ 정도 떨어진 벨라야 공군기지도 무사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현실이 됐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우리가 타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핵무기 등 일부 대량살상무기를 제외한다면 우리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전쟁 수행능력, 첨단무기 등에서 북한을 능가한다고 하지만 거미줄 작전은 기존의 전력, 전투 방식만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러시아로부터 방산 기술을 이전받고,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체제 유지, 정권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북한의 특성상 드론을 앞세운 제한적 도발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중국이 주요 브랜드 DJI를 보유하는 등 우수한 드론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은 지난 4월 발표한 ‘임시 국가 방위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최우선 과제로 지정했다. 양안전쟁(중국·대만 전쟁) 발발 시 우리가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만큼 지난해 12·3 계엄 이후 수개월간 국방장관이 부재한다는 점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관련 대책을 마련할 책임이 있는 안보 사령탑이 장기간 공석이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헌정사에서 국방부 장관이 공석이었던 시간은 6·25전쟁 중 2일, 5·16 군사 쿠데타 당시 5일 등 단 7일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길어져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했다. 이재명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윤곽이 드러난 만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하고, 적확한 조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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