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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너간 구운몽도·백동자도 병풍, 우리 기술로 복원해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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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3 10:36:10 수정 : 2025-06-23 10: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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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병풍 두 점이 국내 기술로 보존 처리돼 처음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5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열리는 특별 전시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에서 ‘구운몽도(九雲夢圖) 병풍’과 ‘백동자도(百童子圖) 병풍’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두 작품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2023년 10월 보존·복원을 위해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군데군데가 훼손되고 변형됐으나 1년여 보존처리를 거쳐 본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했다. 두 작품은 이번에 특별 전시전을 마친 뒤 미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구운몽도 병풍’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소장품. 국가유산청 제공

미국 포틀랜드미술관이 보유한 ‘구운몽도 병풍’은 소설 ‘구운몽’의 주요 장면을 열 폭에 나눠 묘사한 그림이다. 김만중(1637~1692)이 17세기 말 발표한 ‘구운몽’은 이야기를 병풍에 그려 애호하는 풍조가 생겼을 정도로 널리 사랑받았다.

 

병풍 속 그림에는 육관대사 제자인 성진이 양소유로 환생해 여덟 여인과 인연을 맺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내용이 순서대로 담겨있다. 세속적 성공이 한낱 꿈과 같다는 소설의 교훈은 물론 부귀·복락을 기원하는 의미가 곳곳에 강조돼 있다. 이 병풍은 1910년경 이화학당 선교사였던 마리 엘리자베스 처치가 한 학생의 부모로부터 받았다고 전해진다. 미국으로 돌아가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그 딸인 재클린 보이드가 포틀랜드미술관에 기증했다.

 

보존처리를 맡은 국가유산청은 달라진 그림 배치를 바로잡고, 바뀐 장황(裝潢) 직물을 일부 남은 직물을 참고해 복원했다. 장황은 글이나 그림을 비단과 종이로 치장하고 족자나 첩, 병풍 등의 형식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가려져 있던 일부 그림이 드러나도록 병풍의 각 폭도 약 2.5㎝ 늘렸다. 

‘구운몽도 병풍’ 보존 처리 전(왼쪽)과 후 모습. 장황 직물에 가려져 있던 그림이 발견돼 화면을 넓혀 그림이 드러나도록 했다. 국가유산청 제공 

미국 덴버미술관이 소유한 ‘백동자도 병풍’에는 여러 아이가 전각에서 평화롭게 노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닭싸움, 관리 행차, 원숭이 놀이, 매화 따기 등을 하는 천진무구한 모습을 통해 풍요와 번영, 자손 번성, 관직 등용 등을 기원한다. 왕실의 혼례와 궁중 연향에 두루 사용됐고, 민간에서도 생활공간에 아름답게 장식됐다.

 

덴버미술관은 1970년 미국 뉴욕에 있는 아시아 고미술 갤러리를 통해 이 병풍을 입수했다. 미국으로 넘어간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병풍 틀을 보존처리 과정에서 1960년 발행된 일본 매일신문 종이가 발견돼, 그 무렵 반출됐다고 추정된다. 이 병풍은 곳곳이 오염되고 손상돼 있었다. 그림에서 천연 안료 대신 인공 안료로 덧칠한 흔적도 발견됐다. 국가유산청은 인공 안료 덧칠을 최대한 제거하고 새로운 직물을 메웠다. 더불어 19세기 후반 병풍의 색상과 형태를 참고해 병풍 전반을 장황했다.

‘백동자도 병풍’ 미국 덴버미술관 소장품.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국내 보존처리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새롭게 단장한  두 작품이 미국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왕실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사랑받았던 우리 옛 그림이 국외에서도 그 빛을 발하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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