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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이고 대담” vs “스릴의 맥 풀렸다”

입력 : 2025-06-22 20:08:08 수정 : 2025-06-22 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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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엇갈리는 좀비 영화 ‘28년 후’

‘28일 후’ 후속편으로 팬 기대 한몸에
英서 좀비 창궐 28년 후 모습 담아내
“죽음과 화해하자” 메시지 전면 내세워
죽음을 다루는 ‘사원’의 명상적 이미지
좀비 영화에 기대했던 스릴 약화시켜
화면 속 가득한 죽음 무게도 평가 갈려

“창의적이고 대담한 변이” vs “기괴하고 당황스러운 후속작”.

“스릴이 약해졌다” vs “철학이 더해졌다”.

좀비 영화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28일 후’(2002)의 후속편 ‘28년 후’가 많은 팬의 기대 속에 지난 19일 개봉했다.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분노 바이러스’가 영국에 창궐한 직후를 그린 ‘28일 후’에서 28년이 지난 때를 배경으로 한다. ‘28일 후’를 만든 거장 감독 대니 보일(69)과 각본가 알렉스 갈런드(55)가 23년 만에 의기투합했다. ‘28일 후’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킬리언 머피는 제작자로 참여했다.

 

영화 ‘28년 후’는 ‘분노 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영국에서 살아남은 고립된 공동체의 소년 ‘스파이크’의 성장 이야기를 그렸다. 소니픽쳐스 제공

베일을 벗은 ‘28년 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전통적인 좀비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 사이에선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일 감독이 삶의 감각을 탐구하고 비전을 설파하기 위해 좀비 장르를 영리하게 활용했다는 찬사도 만만찮다. 영화의 예상치 못한 톤과 명상적인 장면들이 혼란스럽지만 매료되기에 충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28년 후’는 좀비 영화의 외피를 쓴 성장 영화다. 성장담의 주인공은 12살 소년 ‘스파이크’(앨피 윌리엄스). 소년이 속한 ‘홀리 아일랜드’는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은 인간들이 일군 고립된 공동체다. 수백 년 전으로 퇴보한 듯, 전통적 성 역할에 기반을 두어 수렵·채취로 자급자족하는 이들이 사는 이 섬은 오로지 썰물 때만 영국 본토와 연결되는 길이 드러난다.

소년의 통과의례는 본토로 가 사냥을 마치고 귀환하는 것. 12살 스파이크가 아버지 ‘제이미’(에런 테일러 존슨)와 처음 발 디딘 본토에는 퇴보한 인간 공동체와 반대로 변이를 거듭하며 창의적으로 진화한 좀비가 활보한다. 이제 좀비는 여러 종류가 있다. 습한 숲 바닥을 배로 기어 다니는 뚱뚱하고 느린 좀비들은 지렁이 따위를 먹고, 알몸으로 떨면서 달리는 좀비도 있다. 그 모두를 압도하는 건 알파 좀비다. 근육질의 거대한 괴물인 알파는 무리를 이뤄 사냥하며 초인적 힘과 속도, 고도의 지능을 갖췄다. 이들은 희생자의 척추가 달린 두개골을 통째로 뽑아낼 만큼 흉포하다.

첫 사냥에서 목숨을 건지고 홀리 아일랜드로 돌아간 스파이크는 축배의 주인공이 되지만, 우상처럼 따르던 아버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다. 아버지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 것. 스파이크는 편두통과 환각으로 누워만 지내는 병든 어머니 ‘아일라’(조디 코머)와 함께 본토의 의사 ‘켈슨’(레이프 파인즈)을 찾아 본토로 돌아가기로 한다.

스파이크의 두 번째 여정에서 관객은 피비린내 나는 액션 장면이 이어질 것을 예상하게 된다. 액션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좀비는 전경이 아닌 후경으로 물러난다. 깊은 병 탓에 맑은 정신과 환각 상태를 오가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스파이크의 숲속 여정은 괴기 동화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좀비 변이가 등장하며 영화는 급선회한다. 스파이크와 아일라는 임신한 좀비가 출산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그 아버지로 보이는 알파 ‘삼손’은 이들을 쫓고, 두 사람이 피신한 곳에서 마침내 의사 켈슨을 조우한다.

켈슨은 바이러스가 장악한 땅에서 인간이든 좀비이든 모든 생명을 추모하는 자신만의 사원을 지은 인물. 보일 감독은 켈슨을 통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의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좀비 영화가 암묵적으로 죽음과 함께 사는 딜레마를 다루지만, 이처럼 죽음을 회피하는 대신 죽음과 화해하자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화면 속 가득히 죽음의 무게를 다룬 것은 도저히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대담한 시도다.

 

죽음을 다루는 ‘사원’ 장면의 명상적 이미지 탓에 좀비 영화에 기대했던 스릴의 맥이 풀려버렸다는 불만이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어느 정도 합당한 불만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시리즈의 다음 편이 이미 촬영되었고, 곧 개봉한다는 사실은 일말의 위안과 기대감을 준다. ‘28년 후’는 단편이 아닌 새로운 3부작의 첫 번째 영화로 기획됐다. 두 번째 영화는 미국 감독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이미 촬영을 마쳤고, 내년 1월 영미권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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