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해발 1138m 지점에는 우리나라 최남단 공역을 지나는 항공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한라레이더’가 자리잡고 있다.
한라레이더는 서귀포시 1100도로 휴게소에서 차량 한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비포장 도로를 10여분 올라가면 볼 수 있다. 시설전체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레이더 등 첨단 통신시설은 공개가 불가능한 중요시설이다.

한라레이더는 2023년 12월 총 176억원이 투입돼 설치됐다. 2009년 1월부터 운영된 기존 레이더 시설(동광 레이더)이 해발 347m의 낮은 지대에 있어 제주 남서쪽의 감시가 되지 않는 '음영 지역'이 생기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최근 개소식 이후 처음 공개된 한라레이더를 찾았다. 이 곳에서는 중국, 일본, 미주, 호주, 홍콩, 대만, 필리핀, 베트남, 중동 등을 오가는 제주남단 공역(空域)의 하루 평균 1000여편의 항공기의 항적을 감시한다. 이 공역은 1월 기준 하루 1061편의 항공기가 쉴 새 없이 운항한다. 국내 공역 가운데 가장 붐비는 곳이다. 2023년 12월 개소식 이후 현재까지 54만여편에 달하는 국내외 항공기 항적을 통합 관찰했을 정도로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다.
한라레이더는 항공기 위치와 고도를 파악할 수 있는 1차 감시레이더(PSR), 항공기와 무선통신을 통한 항적 식별이 가능한 2차 감시레이더(SSR), 다양한 항적정보를 탐지할 수 있는 자동종속감시(ADS-B) 시설까지 3중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어 항공기 조종사 및 관제사에게 정확한 항공기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국내 최초로 항공기 방향, 거리 외에 고도 정보까지 탐지가 가능한 3D레이더(PSR)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항공교통의 안전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관제사와 조종사 간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도록 항공이동통신시설과 데이터링크 장비를 함께 운영해 제주남단 공역 관제의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고철승 한국공항공사 제주항공무선표지소장은 "제주남단 공역은 호주·홍콩·대만·필리핀·베트·중동 등으로 향하는 항공로와 중국과 일본간 항공로가 교차하는 공역이라 붐비는 구간이다"며 "관제를 통해 수평·수직으로 항로를 수시로 바꿔줘야 해 한라레이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라 레이더는 폭설이 잦은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특성때문에 겨울철에는 3,4일씩 고립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근무여건이 열악하다. 도로 통제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비치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식수 부족에 대비해 빗물을 정수처리하는 시설까지 갖춰 놓고 있다.
윤영진 한국공항공사 건설기술본부장은 “한라레이더는 대한민국 항공안전 감시체계의 핵심 기반시설이다”며 “공사는 차세대 감시장비와 연계한 선진 감시체계 운영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항공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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