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에 출범한 국방부는 윤석열정부의 김용현 전 장관까지 총 47명의 장관이 거쳐갔다. 그중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은 5명에 불과하다. 이승만정부 시절의 신성모·이기붕·김용우,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제2공화국 때의 현석호·권중돈 전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로는 보통 별 넷, 최소 셋 이상을 단 예비역 장성들이 국방장관 자리를 독식해왔다. 군사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이 같은 관행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만큼 ‘군을 잘 아는 인사가 국방부를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를 반박하기가 어려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방장관을 민간인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대선 공약집에도 ‘문민 국방장관’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직전의 김용현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것이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육군사관학교(38기) 출신의 예비역 3성장군인 김 전 장관은 현역 시절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을 역임했다. 일선 육군 부대 지휘관 거의 대부분이 국방장관의 학교(육사) 후배들이니 부당한 명령인 줄 알면서도 거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미국은 어떨까. 국방장관 직위을 민간인한테 맡기는 이른바 ‘문민 통제’ 조항이 법률에 명시돼 있다. 기어이 군 출신을 국방장관에 앉히려면 제대 후 최소 7년은 지나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 4년 임기 동안 국방장관을 지낸 로이드 오스틴의 경우 2016년 3월 육군 대장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지만, 그로부터 채 5년도 안 된 2021년 1월 국방장관에 임명됐다. 연방의회가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여 특별히 양해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예비역 해병 대장인데, 전역 후 4년 만에 오스틴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국방부에 입성했다.

요즘 이란의 핵 시설 공습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건너뛰고 현역 4성 장성들의 조언에 의존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와 함께 이란 작전을 협의하는 보좌진 속에 정작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없다고 한다. 이는 육군 소령이 군 경력의 전부로 사실상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헤그세스가 트럼프에 의해 고의적으로 ‘패싱’을 당한 결과라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군사 작전에 관해 잘 모르는’ 국방장관의 한계라고 하겠다. 민간인 국방장관 후보자들을 물색 중인 이재명정부도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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