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신청자 SNS 계정 공개 요구
적대적 성향·테러단체 지지 등 살펴
계정 비공개 땐 발급 거부될 수도
“외국인 표현의 자유 억압” 비판 제기
일각선 ‘적대성’ 기준 모호함도 지적
영사관 직원 업무 부담 가중 우려도
앞으로 미국 유학·연수 비자 신청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의무적으로 검사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신청자는 비자 신청 과정에서 SNS 계정을 공개하도록 요구받는다. 외국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행정상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지난달 중단됐던 외국인 유학생·연수생 등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 관련 절차를 재개한다고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J(유학)·M(직업훈련)·F(연수 및 교수) 비자 신청자 중 자신의 SNS 계정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은 비자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부터 미국 학생 비자 신청자들에게 SNS 계정을 제출하도록 하는 요구는 있었지만, 이번 조치는 그 범위를 확대하고 SNS 계정을 공개로 설정하도록 요구한 것이 특징이다. 국무부는 “새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외 미국 대사관 및 영사관 등에 배치된) 영사업무 담당자들은 모든 학생 및 교환 방문 비자 신청자에 대해 종합적이고 철저한 검토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각국 주재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비자를 심사하는 영사관 직원들은 비자 신청자들이 “미국의 국민, 문화, 정부, 기관, 또는 건국 이념에 대해 적대적 성향을 보이는지” 살피라는 지침을 받았다. 또 “지정된 외국 테러 단체를 지지하거나 지원하는 이들” “불법적인 반유대주의적 괴롭힘 또는 폭력을 조장하거나 실행한 자”에게도 비자 신청이 거부된다.
또 각국 주재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내려온 지침은 “(SNS)계정이 비공개로 설정되어 있거나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 이는 신청자가 특정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취급해야 한다”며 “이는 회피적인 태도이거나 신청자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일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서명한 미국 입국 시 유해 인물 식별 강화, 반유대주의 대응 강화 관련 두 개의 행정명령을 법적 근거로 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이념적 순응을 강요하며 외국인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도록 자기 검열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자 거부 사유로 제시된 ‘미국에 대한 적대성’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연수 비자를 고리로 진보적 성향의 자국 내 대학들을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미국의 모든 유학생 비자 신청자들에게 적용하면 대사관과 영사관의 실무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 국무부 관계자는 WP에 “2023년에만 44만6000건의 학생 비자가 발급됐다”며 “이제 모든 사람의 SNS를 검사해야 한다면, 영사관 직원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각 대사관과 영사관에 내려온 지침은 “전체 심사 일정과 적절한 심사에 필요한 자원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며 “학생 비자와 교환 비자 건수가 예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사전 경고하고 있다.
미국 교육협의회 사라 스프라이처 부회장은 NYT에 “이번 조치가 학생들에게 일종의 정치적 리트머스 테스트로 작용할까 매우 우려된다”며 “이런 일이 과거에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다만 이 조치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민 문제 등을 다루는 비영리 싱크탱크 전미정책재단의 스튜어트 앤더슨 소장은 WP에 “역사적으로 우리는 사람들이 미국에 오기 전에 그들의 사상을 평가하지 않았다”며 “이번 정책은 그런 면에서 미국의 비자 정책 철학에 전환점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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