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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동물을 기르는 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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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9 22:49:53 수정 : 2025-06-19 23: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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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 이후 중요한 동물권 철학서로 평가받는 ‘주폴리스(Zoopolis)’에서 저자 수 도널드슨과 윌 킴리카는 동물을 사육동물, 야생동물, 경계동물이라는 세 범주로 나누면서, 특히 인간과 공존하는 사육동물에 대해서는 그들을 기르고 이용하는 사람의 책임을 핵심 윤리로 제시한다.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동물보호법,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또한 공통적으로 ‘동물을 소유·관리하는 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동물을 기르는 자라면 누구든 최소한 동물을 적절히 돌봐야 한다. 극한의 날씨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깨끗한 물과 적합한 먹이를 제공하며, 질병이나 부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발생하면 신속히 치료해야 한다. 또한 동물이 적절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성이 있는 종의 경우에는 다른 동물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동물의 복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책임져야 함도 물론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동물 학대 사건은 ‘자격 없는 사람의 손’에 동물이 맡겨진 데서 비롯된다.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거나 제대로 돌보지 않는 소유자, 동물이 아프거나 짖는다는 등의 이유로 동물을 유기하거나 사육을 포기하는 이들, 법적 최소 기준조차 지키지 않으며 탈법적 영업을 이어가는 일부 영업자들은 수많은 동물의 삶과 복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의 대부분은 각 사육자가 자기 책임만 다하였다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렇다면 동물보호법은 제도적으로 일정 기준을 마련하여 최소한의 책임도 다하지 않는 자는 동물을 기르거나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여야 한다. “누가 동물을 기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는 더 이상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동물을 기르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며, 그 책임을 다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생명을 맡겨야 할 것이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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