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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성장쇼크에 대규모 긴급 추경…긴축→확장재정 '유턴'

입력 : 2025-06-19 15:30:55 수정 : 2025-06-19 15: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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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2주만에 올해 두번째 추경…경기·민생 동시 목표
재정 수지 개선은 과제…정부 "재정준칙 실현 가능성 재평가해야"

이재명 정부가 출범 2주 만에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민생·경기 부진으로 인한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재정을 풀어 비상계엄·미국 관세 등 거듭된 악재에 주저앉은 내수를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5월 18일 서울 명동거리 한 공실 상가의 모습.

끝을 모르는 소비 부진에 위기로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다만 돈 풀기 방식의 소비 촉진이 정부가 목표로 한 경기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경기 부진의 이면에는 혁신산업 부재에 따른 양질 일자리 부족,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 활력 저하 등 구조적 문제들이 자리한 탓이다.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1천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 당국의 급격한 확장재정 기조 전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뒤따른다.

◇ 20조 풀어 '경기진작·민생안정'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의 핵심 골격은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이다.

20조2천억원 규모의 재정을 풀어 4분기 연속 0% 근처를 맴도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경기 부양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것이다.

성장 둔화는 기업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3년째 세수 결손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번 추경안에는 내년 세입예산을 10조3천억원 줄이는 세입경정안도 포함됐다. '세수 펑크' 전망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내수 부진으로 한계에 몰린 민생을 회복하는 것도 이번 추경의 주요 타깃이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다. 2022년 0.69%였던 연체율은 2023년(1.22%) 1%를 넘어선 뒤 2024년 1.67%로 치솟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 첫 행정명령으로 추경 편성을 위한 비상 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것은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번 2차 추경이 이재명 정부 출범 2주 만에 국회에 제출되는 점을 부각하며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경기·민생 대응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 '10조 소비쿠폰' 내수 회복 불씨 될까

소비 진작을 위한 10조원 규모의 전 국민 소비쿠폰은 이번 추경안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 취약계층이 아니더라도 평균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4인 가구라면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지역사랑상품권과 숙박·영화 등 할인쿠폰 지원에도 각각 6천억원, 778억원의 예산이 추가 투입된다.

다만 이런 일회성 소비 지원 방식이 단기 효과를 넘어 중장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것은 실질소득 감소보다는 비상계엄·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최근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세는 이런 경향을 보여준다.

올해 1분기 가구소득 증가세에도 소비가 줄면서 평균 소비성향(69.8%)은 1년 전보다 2.1%포인트(p) 하락했다.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이고, 2022년 2분기(-5.2%) 이후 최대 낙폭이다.

소비쿠폰 지원 대상을 늘어나는 소득에 비례해 지갑을 더 열 수 있는 취약 계층으로 세분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조4천억원을 투입해 취약 차주 143만명의 빚을 탕감해주는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와 함께 자영업 구조조정 지원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정을 동원한 대규모 빚 탕감책이 자칫 자영업 시장에 '버티면 정부가 빚을 줄여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해 1분기 커피음료점·패스트푸드·편의점 등이 일제히 감소하는 등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무 탕감으로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고 회생이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면 좀비·한계기업만 늘어날 수 있다"라며 "지역화폐는 현금거래를 대체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저소득층 위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1일 서울 명동거리 한 폐업한 가게에 폐점 세일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 나랏빚 1천300조 돌파…"재정 준칙이 부작용 초래할 수도"

이번 추경은 지난 4월 12조2천억 규모의 필수 추경에 이어 두 번째다. 1·2차 세출 추경을 합치면 30조원이 넘는다.

2차 추경까지 집행되면 올해 총지출 규모는 702조원으로 늘고 국가채무는 1천30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110조4천억원으로 커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4.2%)도 이전보다 0.9%포인트(p) 상승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묶는 '재정 준칙' 달성은 사실상 요원해진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재정준칙 기조를 두고 재정당국의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정준칙' 준수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 당시 기재부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은 "재정준칙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지난 정부에서도 실질적으로 지키지 못했다"라며 "실용성과 실현 가능성에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는 다른 국가에 비해 증가세가 가파르다.

IMF가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 4월호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올해 54.5%로 전망됐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평균치(54.3%)를 처음으로 넘어서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 산업구조 혁신 등 중장기 재정 소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기 대응 추경 부담마저 커지면 국가 재정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임기근 차관은 정부의 재정운용 기조의 전환 여부를 묻는 말에 "기조 '전환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본예산 편성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라면서도 "추경을 편성한다는 것 자체가 확장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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