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50여 사이트 개설·폐쇄 반복
도박 처벌 우려 심리 악용한 사기
경찰이 도박사이트를 미끼로 삼아 5년간 40여억원을 편취한 사기 조직을 검거했다. 이들은 도박 행위 처벌을 우려하는 피해자들의 심리를 악용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약 300명을 상대로 개인정보 불법 이용과 보이스피싱 수법을 동원해 범행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른바 ‘먹튀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5년간 334명으로부터 40여억원을 편취한 사기 조직 20명 중 19명을 사기 및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중 10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국외로 도피한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도박사이트에 소멸 예정인 포인트가 남아있다’는 거짓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피해자들을 사이트로 유인한 뒤 추가 입금을 받고 돈을 돌려주지 않는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피해자들이 환전을 요구하면 ‘코딩 작업이 필요하다’며 일정 금액을 지정 계좌로 보내게 한 뒤, ‘코드를 잘못 입력해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며 복구 비용을 추가로 요구했다. 피해 금액이 큰 경우에는 ‘금감원 적발 우려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입금을 유도했다.

40대 남성인 총책 A씨는 2019년 12월 지인들과 함께 필리핀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범행을 시작했다. 조직은 20대부터 40대까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됐으며,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사무실과 휴대전화를 수시로 교체하고 가명을 사용했다.
이들은 국내외를 오가며 5년간 250여개의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최대 3주씩 운영한 뒤 폐쇄하고 잠적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특히 도박행위 처벌을 우려한 피해자들이 쉽게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해 장기간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해 나이와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개인당 피해액은 수십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이들 피해자는 사기 범죄의 피해자로 분류돼 도박행위에 대한 처벌은 받지 않는다.


경찰은 범행 현장을 급습해 현금 11억7000만원을 압수했으며, 이후 주식과 예금 등 12억8000만원 상당에 대해 기소전몰수추징보전을 신청해 총 24억50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도박사이트에 대한 호기심과 사행심을 부추기는 광고 메시지로 피해자를 유인하는 악성 먹튀 사기 피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찰은 앞으로도 조직적이고 악질적인 다중피해 사기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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