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5차례 핵 협상 ‘제자리’… ‘이’ 공습 성과 내자 개입 검토 [이스라엘·이란 확전일로]

입력 : 2025-06-18 18:30:00 수정 : 2025-06-18 21:06:34

인쇄 메일 url 공유 - +

트럼프, 대이란 군사력 사용 가능성

이, 핵 과학자·군 수뇌부 암살 이후
이란 핵시설 무력화에 무게 분석

대외 군사개입 자제 ‘마가’ 진영
분열 양상에 정치적 시험대 올라
하원, 분쟁 개입 저지 결의안 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제거작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란의 백기투항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이를 놓고 미 언론은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이 외교적 해결에서 직접적인 군사 개입으로 기울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진짜 끝 원해”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조기 퇴장하고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진행한 미 방송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을 완전이 포기하는 방식의 ‘진짜 끝’을 원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피스메이커’(평화중재자)를 자처하며 취임과 동시에 ‘두 개 전쟁’을 끝내겠다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직접 개입 가능성을 비치면서 전쟁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외 군사개입 자제 정책에 지지를 보내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집권 2기 취임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미 방송 CNN은 17일(현지시간) 다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미군 자산을 사용하는 데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고 외교적 해결엔 시큰둥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들은 이란이 중대한 양보를 할 경우 외교적 해결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런 강경한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 생각이 중대하게 전환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CNN은 짚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까지도 외교적 해결에 중점을 뒀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진척 없는 이란과의 핵 협상에 인내심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16일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을 택했지만 최대 우방국인 이스라엘은 방문하지 않았다. 지난 4월 백악관을 방문해 이란 공습 계획을 밝힌 이스라엘을 ‘패싱’한 것은 섣부른 공격으로 핵 협상을 그르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순방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영원한 적’은 없다”며 이란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며 협상을 통한 이란 핵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5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을 둘러싸고 이란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고 의심하면서 인내심을 잃기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후 이스라엘이 전격적 공습으로 이란 핵 과학자와 군 수뇌부를 암살하는 등 성과를 내자 이번 계기에 아예 군사력을 동원해 이란 핵시설을 무력화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직접 지원할 경우 어느 국제분쟁에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고립주의는 취임 초부터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역대 정부가 외국 전쟁에 미 군사력을 투입하면서 미국을 희생시켰다고 비난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옵션을 검토하자 지지 기반인 보수진영조차 반대 목소리를 내며 분열하는 모습이다. AP통신은 이날 “가장 열성적인 ‘마가’ 지지자들과 국가 안보 보수주의자들 사이에 분열이 생겼다”며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신념을 오랫동안 지지해 온 일부 인사들이 트럼프가 중동에서 미국 역할 확대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상공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들이 날아가는 모습. AF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이스라엘·이란 충돌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보수진영의 불협화음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오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고 맹방인 이스라엘을 보호해야 한다는 전통적 보수와 미국이 중동 전쟁에 휘말리는 상황을 우려하는 ‘마가’ 진영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사 개입 시사 이후 강성 지지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극우 스피커’ 스티브 배넌과 터커 칼슨, 찰리 커크 등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국 전쟁에 미군을 보내지 않겠다던 대선 공약을 지키고 이민자 단속,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국내 이슈에 집중하라는 주장이다. 배넌은 전날 칼슨이 진행하는 방송에 나와 “그건 단지 (보수) 연합체를 붕괴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 추방이라는 일마저 방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원에서는 이날 의회의 승인 없는 미군의 분쟁 개입을 막는 초당적 결의안을 발의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마시 하원의원(켄터키)은 민주당 소속 로 카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의회 표결을 요구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마시 의원은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며 “그러나 만약 우리의 전쟁이라면 의회가 헌법에 따라 이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이 결의안에 서명의사를 밝힌 공화당 소속 의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빛나는 여신'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
  • 아일릿 민주 '매력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