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개체 위주 생산량 급증…흡수할 글로벌 수요는 오히려 둔화 추세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이라는 혜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는 연어 산업 ‘구조 조정’ 가능성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이 1년 새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생산량은 늘었지만 이를 흡수할 글로벌 수요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한국에 수출된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은 킬로그램(㎏)당 70.3크로네(약 9557원)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124.2크로네) 대비 43.2% 하락한 수치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값’ 수준이다.
한국이 수입한 연어 가격은 2022년 123.9크로네에서 2023년에는 141.0크로네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 ‘반토막’…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위축 겹쳐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증가다. 올해 1분기 노르웨이 연어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났다.
지난해 겨울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생육에 유리한 해양 환경 덕분에 대형 연어의 출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연초부터 연어 가격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3월 이후 본격적으로 품질 좋은 대형 연어가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수요 측면에서도 악재가 겹쳤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노르웨이산 연어에 15%, 칠레산 연어에는 10%의 관세를 새로 부과했다. 기존에 없던 조치로, 세계 최대 소비국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의 수요 흐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미국으로 향하던 물량은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몰렸지만, 이들 지역의 소비 여건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연어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유럽 역시 완전한 수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시장의 일부 회복세가 기대되지만, 노르웨이의 공급 증가 속도를 상쇄하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수입은 증가…국내 유통업계 경쟁 심화
가격 하락에 힘입어 국내 연어 수입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올해 들어 6월 첫째주까지 한국이 수입한 노르웨이산 연어는 총 8754t이다. 전년 동기(7969t) 대비 9.8% 증가했다. 2년 전 같은 기간(8529t)과 비교해도 더 많은 수준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연어의 대부분은 노르웨이산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급락이 단순한 계절적 요인이 아닌 글로벌 연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한다.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 급락은 전형적인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 동시에 나타난 결과”라며 “올해 초부터 연어 생육 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대형 개체 위주의 생산량이 급증했지만 이를 흡수할 글로벌 수요는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신호탄…소비자 혜택은 단기적일 것”
이어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는 글로벌 유통 경로에 큰 변화를 초래했고, 그 여파로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물량이 몰리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이라는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어 산업 전반의 구조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에선 연어 수입 증가에 따라 유통업체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 기회를 활용한 소비자 대상 마케팅 전략도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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