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현지 자국민에 대피 권고
SNS에 “이란, 핵합의 서명했어야”
이스라엘 “가짜회담 거부” 밝혀
트럼프, NSC 소집… ‘벙커버스터’ 지원 논의 할 듯
이스라엘 요청에 지원 여부 검토
작전 수행 땐 전쟁 개입돼 ‘딜레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사람들에게 즉각 떠날 것을 경고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를 명분으로 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양국 간 교전이 격화하자 외교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의 전면 공습으로 궁지에 몰린 이란은 제3국을 통해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내가 서명하라고 했던 합의에 서명했어야 했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며, 인명의 소모(희생)인가”라며 “모두 즉시 테헤란을 떠나라”고 썼다. 이 메시지는 현지에 남은 미국인들에게 사실상의 ‘소개령’에 준하는 대피 권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적 해법을 통한 해결이 어려워진 만큼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틀째 캐나다에서 진행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하면서 “여기서 나가자마자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귀국하는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미국에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지원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산악 지역 포르도의 지하 깊숙이 건설된 핵 시설을 파괴하려면 미국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이 필요하다. 이 폭탄은 무게가 13.6t에 달하기 때문에 미군이 운용하는 B-2 스텔스 폭격기 외에는 투하가 불가능하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요청대로 이 작전을 지원할 경우 미국은 중동에서 새로운 분쟁에 직접 개입하게 되며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현 정치적 목표와 충돌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앞서 이날 캐나다에서 G7 정상회의 참석 중 기자들을 만나 “나는 이란이 기본적으로 협상 을 원한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여전히 협상도 선택지 중 하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핵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는 데 열려 있다는 입장임을 이날 아랍 중재국 당국자들에 밝혔다.
이스라엘은 협상을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들은(이란) 거짓말하고, 속이고, 미국을 함께 엮는 이런 가짜 회담을 계속하고 싶어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개입을 피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하고 위트코프 특사 등을 이란에 보내 협상을 시도할 수 있지만, 외교적 시도가 무산되거나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요구사항인 ‘이란 내 모든 우라늄 농축 활동의 완전 중단’을 거부할 경우 포르도 등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명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G7 정상들은 이날 이스라엘과 무력충돌을 벌이고 있는 이란에 ‘긴장완화’(de-escalation)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양국은 이날도 스텔스기 등을 동원한 정밀 폭격과 미사일 세례를 주고받으며 교전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IDF)은 17일 새벽 텔레그램을 통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탐지돼 전국 각지에 공습 경보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16일 저녁 이란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국영 IRIB 방송국 본사를 두 차례에 걸쳐 공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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