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별개 고령화 등 여파 취업자 줄어
2050년 총 규모 작년의 90%수준 전망
노동력 감소로 성장률도 하방 압력 경고
GDP 대비 연금?의료비 지출 비율 2배↑
한은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필요” 강조
은퇴층 계속 고용?유연 근무제 등 제언
7년 뒤인 2032년부터 우리나라 추세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불경기 때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자 수가 줄었지만, 앞으로는 경기의 좋고 나쁨과는 별개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만으로도 실제 취업자 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17일 이런 분석을 담은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한 취업자 수 추세 전망’을 공개했다. 추세 취업자 수란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고용 규모로, 음수를 나타낸다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실제 취업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보고서를 펴낸 한은 조사국 고용동향팀은 2032년을 기점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음수로 전환하면서 2050년 취업자 수 총 규모가 지난해의 약 9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15세 이상 인구가 2033년부터 감소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그간 상승세를 보여 온 경제활동참가율도 2030년쯤부터 하락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고용동향팀 이영호 과장은 “90%라는 숫자만 보면 완만하게 줄어드는 것 같지만, 우리 경제에는 굉장한 부담을 주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우선 연구진은 노동력 감소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한은은 다른 보고서에서 취업자 수가 줄기 시작하는 2030년대부터 노동력 감소가 GDP 성장률에 둔화 압력을 가하기 시작해, 2050년이 되면 마이너스 기여도가 0%대 중반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1인당 GDP 증가율도 낮아질 전망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고령층 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인구보다 취업자 수가 더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GDP 대비 연금 및 의료비 지출 비율도 2025년 10% 수준에서 2050년 20%로 늘어나면서 부양부담이 크게 증대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가 둔화함에 따라 올해 추세 취업자 수는 10만명대 후반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5월 중 실제 취업자 수가 추세 취업자 수를 소폭 밑돌고 있고, 하반기 이후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고용상황은 다소 부진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연초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2만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추세 취업자 수 둔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퇴 연령층의 인적 자본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계속 고용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업무병행 학업 제도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첫 직장이 생애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도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40대 여성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10여년 째 정체돼 있다”며 “이를 높이기 위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유연근무,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도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구조개혁을 통해 2050년까지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폭을 4%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면 1인당 GDP 증가율은 2025∼2050년 중 연평균 0.3%포인트 상승하고, GDP 대비 연금·의료비 지출도 2050년 기준 1.3%포인트 완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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