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체감 큰 농수산품 비중 4% 그쳐
원유 등 28% 차지 광산품 하락 주도 탓
수출물가도 1년 6개월 만에 낙폭 최대
정부가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지난달 수입물가가 1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물가가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데 1∼3개월의 시차가 있지만, 여전히 체감물가와 큰 괴리가 있다. 이유가 뭘까.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5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34.63으로, 4월(139.82)보다 3.7% 내리며 2월(-1.0%)과 3월(-0.4%), 4월(-2.3%)에 이어 넉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이달 하락 폭(-3.7%)은 2023년 11월(-4.3%)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원재료가 5.5% 하락했고, 중간재, 자본재, 소비재도 각각 3.2%, 2.7%, 2.3%씩 내렸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가운데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내리면서 수입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9% 올랐다. 특히 가공식품(4.1%), 외식물가(3.2%), 축산물(6.2%), 수산물(6.0%)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이처럼 수입물가와 소비자들의 체감물가 괴리가 큰 것은 수입물가 지수를 구성하는 품목별 비중 때문이다.
수입물가지수에서 소비자들의 체감이 가장 큰 농림수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에 불과하다. 반면 하락폭이 컸던 원유와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포함한 광산품이 27.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수입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한은 경제통계1국 물가통계팀 최혜정 과장은 “농산물은 소비자 체감이 크지만 수입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며 “매년 통관수입 금액 기준으로 비중을 산정하는데 농산물이 원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 역시 4월(133.05)보다 3.4% 내린 128.56으로 집계됐다. 4월(-1.5%)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이며 2023년 11월(-3.4%)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다만, 한은은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등 중동 사태로 유가와 환율이 상승하고 있어 향후 전망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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