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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당신에게 보내는… 우주의 따뜻한 메시지 ‘희망’

입력 : 2025-06-18 06:00:00 수정 : 2025-06-17 18: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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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오’

외계인에 납치된 지구의 외톨이 소년
은하계 생명체들과 좌충우돌 모험기
샤라피안 감독 등 韓 언론 화상 인터뷰
“유기적·살아 숨쉬는 듯한 새로운 SF
외로움은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고민
관객들 영화 보고 위안·치유 얻어가길”

“지구에 사는 어린아이가 외계로 납치되고, 그곳에서 지구의 지도자로 오해받는다면?”

18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29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오’는 이러한 상상력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가 ‘불안’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면, ‘엘리오’가 주목하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미 공군 소령인 올가 고모와 사는 11세 소년 엘리오는 지구에선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친구라 부를만한 존재가 없는 외톨이다.

광활한 우주에 마음을 빼앗기고 외계인에게 납치되고 싶어하는 엘리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상상력이 풍부한 ‘우주 마니아’ 엘리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외계인들아, 제발 나를 납치해줘!”라고 소원을 비는 괴짜 소년. 어느 날 엘리오가 실제 우주에 소환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반적인 우주 배경 영화라면 어린 주인공이 외계인에 납치되는 장면은 공포 분위기를 풍기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열광하며 기뻐하는 대목이다.

엘리오가 도착한 곳은 은하계 곳곳의 대표들이 모인 행성 간 조직 ‘커뮤니버스(communiverse)’. 커뮤니버스에 남고 싶은 절박한 마음에, 엘리오는 여러 행성에서 온 고등한 외계 생명체들 앞에서 자신이 지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만다. 이제 그는 커뮤니버스를 뒤흔드는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우주 모험에서 엘리오는 다정한 친구 ‘글로든’을 만난다. 무시무시한 전쟁 군주 그라이곤의 아들인 글로든은 이빨이 잔뜩 달린 외형 탓에 첫눈엔 괴물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무력을 무서워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엘리오와 글로든은 생김새부터 살아온 환경까지 모든 게 다르지만, 서로의 외로움을 곧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된 엘리오(사진 왼쪽)와 글로든.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픽사의 이전 영화 ‘월-E’(2008)나 ‘버즈 라이트이어’(2022) 등과 완전히 다른 매력을 뽐낸다. ‘라따뚜이’(2007), ‘코코’(2017) 등 명작을 빚어낸 베테랑 미술감독 할리 제섭의 공이 컸다. 반짝반짝 발광하면서도 반투명한 부드러운 색조로 섬세하게 디자인된 커뮤니버스는 그 어떤 SF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환상적인 우주 풍경을 보여준다.

‘엘리오’는 ‘엘리멘탈’(2023),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에 참여한 도미 시와 ‘코코’ 등의 스토리 아티스트로 참여한 매들린 샤라피안 , ‘코코’ 공동 연출과 각본가로 참여한 아드리안 몰리나가 공동 연출자로 뭉쳤다.

커뮤니버스의 개성 넘치는 외계 생명체들.

샤라피안 감독은 17일 한국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완전히 새로운 SF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기존에 봐온 시각적 부분, 금속성 모티프에서 벗어나 유기적이고 살아 숨 쉬는 듯한 디자인으로 가야겠다고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커뮤니버스의 다채로운 외계 생명체 디자인에 대해서는 “심해 생물과 곰팡이·균 등을 관찰했다”며 “환상적이고 아름다워 보이게끔 비주얼 디자인을 했다”고 덧붙였다.

모험 끝에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도 담겼다. 픽사·디즈니 영화에서 갈등하고 화합하는 이야기는 주로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지만, ‘엘리오’에선 엘리오와 고모 관계가 핵심 서사를 이룬다. 시 감독은 간담회에서 “다른 영화에서는 잘 다루지 않은 독특한 가족 관계를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의 입장에선 엄마가 아니라 고모이기 때문에 ‘날 원하지 않을 거야’라는 감정이 들 수 있고, 고모는 부모 역할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설정을 통해 영화의 드라마틱한 요소를 더 강조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오’의 메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왼쪽부터),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 도미 시 감독이 17일 한국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화가 다루는 ‘외로움’엔 제작진 공통 경험이 투영됐다. 시 감독은 “우주로 가고 싶어하고, 나만의 공동체에 소속돼 행복감을 느끼기를 기대하는 엘리오의 모습엔 내 어린 시절이 투영됐다”며 “외로움은 모든 사람이 자라면서 한 번쯤은 느끼는 고민이자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어른의 고민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샤라피안 감독은 “영화를 만들며 외로움을 느끼고 좌절했던 관객 중 한 명이라도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관객들도 영화로 위안을 얻고 치유를 얻는 한편 ‘이 세상에서 내가 있을 자리는 바로 여기’라고 느끼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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