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당 기독민주당(CDU) 정치인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수도 베를린에 이스라엘 아이언돔 같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잇따라 주장했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1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티온라인에 "베를린을 향한 위협이 늘고 있다.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시나리오에서 베를린 시민에게 최선의 보호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CDU 소속인 그는 전쟁 대비태세와 관련해 "베를린과 독일, 유럽 전체를 위해 많은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독일과 베를린 상공의 방공망 강화는 이 논의에서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베를린 시의회 CDU 원내대표인 디르크 슈테트너도 지난 12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베를린 시민 보호와 안전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이 한 가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언돔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다"며 오는 17일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베를린 자매도시인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뷰 다음날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무산됐다.
독일군은 패트리엇과 이리스-T 등 방공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이마저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상당수 넘겼다. 패트리엇 포대는 기존 12개 가운데 9개만 남았다. 독일은 주변국들을 모아 유럽영공방어계획(ESSI)이라는 이름의 공동 방공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프랑스가 부정적이다.
올라프 숄츠 전 독일 총리는 지난해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독일에 배치하기로 합의한 뒤 "러시아가 베를린에서 530㎞ 떨어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까지 미사일을 배치했다"며 방공망 확충을 주장했다. 지난달 중도보수 CDU 중심의 새 연립정부가 출범한 뒤로는 러시아의 독일 침공을 전제로 징병제 부활부터 지하 벙커 대폭 확대까지 갖가지 전쟁 대비책이 쏟아지고 있다.
러시아와 독일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사실상 파탄 났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의 설문에서 독일을 적대적으로 여기는 러시아 국민은 2021년 16%에서 이달 초 55%로 늘었다. 러시아는 지난달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다고 시사하는 등 강경 발언을 내놓자 "전쟁을 더욱 부추긴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잉고 게르하르츠 전 독일 공군 참모총장이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방어를 담당하는 브룬숨 연합합동군사령부(JFCBS) 사령관으로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독일 공군 작전참모들과 화상회의를 하다가 러시아 측에 도청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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