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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검찰 해체, 누구를 위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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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6 22:54:02 수정 : 2025-06-16 22: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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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수사·기소 분리 檢 개혁 4법 처리”
위헌 소지, 국가수사위 권한 커 우려
野 “수사권 장악하려는 정치적 의도”
국민 피해 커지는 만큼 공론화 필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검찰개혁 법안 4건을 발의했다. “3개월 내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태세라 논란이 뜨겁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각각 두고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국가수사위)로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수사위는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업무·관할권 조정, 감찰·징계 요구권을 갖는다. 문재인정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넘어 검찰을 해체하겠다는 선언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76년간 이어져 온 검찰청을 폐지하는 건 형사사법 체계 근간을 뒤엎는 중대한 변화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선진국들이 수사와 기소를 통합하는 추세에도 역행한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여당 강경파 의원들이 검찰 해체 속도전에 나선 건 성급하다. 여당이 정식 당론으로 채택한 것도 아니고 정부와의 협의도 없었다. 검찰개혁을 조율할 법무부 장관도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동의도 없이 이렇게 서두를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채희창 논설위원

먼저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개혁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 헌법 제89조는 국무회의 심의사항 중 하나로 ‘검찰총장 임명’을 명시하고 있고, 헌법 제12조·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검찰총장 직명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그럴 경우 검찰총장은 중수청장과 공소청장, 어느 쪽 기관의 장이 되는 건가. 법조계에선 검찰을 해체하려면 개헌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수청, 공수처, 경찰 사이에 수사 관할 다툼과 업무 중복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형 참사나 고위공직자 비리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수사를 어느 기관이 맡을지가 불분명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내란 사건 수사 때도 비슷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나.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를 두고 검찰, 공수처, 경찰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결국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마저 벌어졌다. 각 기관의 수사 범위를 법률로 정해도 혼선이 빚어질 게 뻔하다.

국가수사위는 모든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서 위험하다. 수사기관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라고 규정했지만, 수사 절차와 결과에 대한 적정성과 적법성을 심사하는 권한까지 가져서다.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과반을 여권이 임명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대통령·총리가 모든 수사기관을 통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가능할 리 없다. 오죽하면 “중국식 공안통치가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겠나.

법안은 곳곳이 허점투성이다.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행안부가 중수청과 경찰을 함께 갖는 구조는 또 다른 권력 집중 논란이 일 것이다. 공수처장과 경찰청장이 중수청장 후보 추천위원에 포함된 것도 정상이 아니다. 서로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기관에서 다른 수사기관의 장을 추천하는 게 말이 되나.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자 장기미제사건이 2배로 늘었다. 지난해 3월 현직 판사가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결과가 사기 범죄 천국”이라고 개탄했을 정도다. 검찰을 해체해 국가 수사 역량이 급격히 약화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소속 기관도 다른 공소청 검사가 재판에 출석해 공소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민생 침해 사건 처리 기간이 더 길어지면 어느 국민이 좋아할까.

3개월 내에 검찰을 해체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하다. 공청회, 토론회도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사회적 갈등이 첨예할수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의를 거치는 것이 순리다. 야당은 “수사권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속도전 하듯 서둘렀다간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민심을 똑바로 읽어야 한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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