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증가·국채금리 상승 우려에도
성장·내수 부진에 “재정 지원 중요” 평가
“재정 지속 가능성 대책도 병행해야” 지적
새 정부, 감세조치 복원 등 구조개혁 예상
전문가 “책임성 제고 재정준칙 필요” 제언
“기존안 폐기보다 조건 완화 등 보완해야”
최소 20조원 이상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예고된 가운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4개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률이 지속됐던 상황에서 국내외 주요기관 모두 1·2차 추경과 같은 단기적인 재정 부양 정책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세입 기반이 악화한 상황에서 저출생·고령화로 의무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향후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재정 건전화를 위한 중장기 방안 역시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경제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경기 상황에서 속도감 있는 정부 재정 투입은 물가 인상 등 부작용이 크지 않은 정책으로 평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초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제시하면서 “단기적인 재정지원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 역시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으로 한국의 성장률이 높아진다면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도 내수 회복을 위해 속도감 있는 추경이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가 늘고,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겨 민간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음에도 주요기관이 대규모 재정투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건 그만큼 우리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 6월호(그린북)’에서 내수 회복 지연, 취약계층 중심 고용 악화,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역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석열정부의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을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최종 무산됐다. 특히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부 세법개정안 기준 세수 감소 규모(누적법 기준)는 3년간 약 81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기업실적 악화로 법인세도 크게 줄면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은 2023년 3.6%, 지난해 4.1%를 기록했다. 정부 스스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재정준칙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시킨 셈이다.
이재명정부는 일단 이전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시행됐던 감세조치를 복원하는 동시에 재정지출 구조개혁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대통령실 재정기획보좌관에 임명된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안민정책포럼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중기 과제로 건전재정 기조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기조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효과성이 검증이 되지 않은 각종 감세조치를 원위치시키는 한편 국고보조금, 조세지출 등 재정지출에 대한 구조개혁도 강조했다. 조세지출의 경우 2016년 37조4000억원에서 올해 78조원으로 10년 새 2배 넘게 규모가 늘어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력과 함께 이전 정부의 재정준칙도 폐기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새 정부에서 재정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기존 정부안을 재검토하거나 보완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복지를 80년간 시행한 (주요) 국가와 겨우 15∼20년인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을 비교하면 상당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장기재정전망에서 2072년 국가채무가 GDP 대비 173%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재정준칙을 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으로 볼 때 매우 비상식적이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신흥국도 시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도 경기 침체나 경제가 매우 힘든 시기에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비슷한 조건을 걸어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 기준) 3%를 예외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예외 조항을 더 활용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거나 문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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