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고급 바이주 브랜드 마오타이가 당국의 공직자 지출 억제 정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위층의 접대용 단골 술로 명성을 쌓아온 마오타이는 이제 사치 억제 지침의 상징적 대상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국유기업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최근 내부 회의에서 “전통과 건강, 조화를 지향하는 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긴축 기조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장더친 마오타이 회장은 고대 유학경전 ‘예기’와 ‘시경’을 인용해 “바이주는 예를 지키고 노인을 보양하며 기쁨을 나누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마오타이의 이 같은 행보는 당국의 ‘공직자 허리띠 졸라매기’와 관계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개정된 ‘당정기관 절약 실천 및 낭비 반대 조례’를 발표했다. 조례에는 해외 출장을 자의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공무 식사 시 고급 요리와 담배, 술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해당 내용을 보도하며 “절약을 실천하고 낭비를 반대하는 것은 우리 당의 영광스러운 전통이자 훌륭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규정이 “낭비를 부끄러운 일로 여기고 절약을 존경받는 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유기업인 마오타이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주주 리셉션에는 마오타이 바이주 대신 오렌지주스 등 비알코올 음료가 등장했다. 회사는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배치하는 인사도 단행하며 마케팅 전략의 전면 재편을 예고했다.

하지만 긴축 기조 수용이 곧바로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쑤저우증권은 마오타이의 매출과 순이익이 2025년을 기점으로 수년간 이어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위축과 긴축 기조가 맞물리며 술 소비 자체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 거래 플랫폼에서도 가격 하락 조짐은 뚜렷하다. 25년산 마오타이 한 병은 현재 2000위안(약 38만원) 이하에 거래되며, 이는 호황기였던 과거의 절반 수준이다.
베이징 민간 싱크탱크인 중국기업연구소의 탕다제 연구원은 “마오타이는 고급 바이주로서 더 많은 소비자를 원하지만, 국유기업이기 때문에 당의 긴축 기조를 따라야 한다는 구조적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오타이가 소비 방식을 통제할 수는 없고, 고급 바이주로서의 시장 가격도 수요에 따라 형성된다”며 “정부의 지침이 시장 활동까지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마오타이는 오랜 시간 관영 만찬과 외빈 접대의 상징이자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과거 두 명의 전직 회장이 각각 뇌물 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내부 부패 문제가 반복되며 브랜드의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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