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에서 다국적 공중 연합훈련(레드플래그) 중 기체가 파손된 공군 KF-16 전투기 사고가 기계 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활주로 오진입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공군 조종사 실수로 일어난 사고만 3번째라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 관계자는 12일 “현지 적응훈련 과정에서 KF-16 3대가 활주로가 아닌 활주로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유도로로 진입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전투기인 1번기 조종사가 잘못 진입한 후 뒤따르던 2번기, 3번기 전투기가 그대로 따라가며 사고가 발생했다.

2번기 전투기가 유도로에서 이륙하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관제사가 이륙 취소를 지시했다. 하지만 거리가 부족해 조종사 2명은 항공기를 제대로 정지시키지 못하고 비상탈출했다. 훈련 중인 아일슨 공군기지의 유도로는 국내 기지 활주로보다 2배가량, 유도로보다는 4배가량 넓다. 당시 조종사는 긴 활주로로 착각한 나머지 속도를 늦추며 멈춰도 충분한 거리라고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 전투기는 유도로 끝을 지나쳐 풀밭에 멈춰 서는 과정에서 불이 났다.
올해 들어 공군 조종사 실수로 일어난 3번째 사고다. 공군의 기강해이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3월6일엔 같은 기종인 KF-16 전투기 2대가 경기도 포천에서 시행된 한미연합훈련 중 민가에 MK-82 공대지 폭탄 8발을 투하하는 ‘민가 오폭’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민간인 40명과 군인 26명 등 총 66명이 다쳤다. 건물 203동, 차량 16대 등 재산 피해만 219건 발생했다. 당시 조종사들의 부주의로 폭격 좌표를 잘못 입력한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4월18일에는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비행훈련 중 기관총과 연료탱크 등 무장을 지상으로 낙하한 사고가 일어났다. 기관총 2정과 12.7㎜ 실탄 총 500발, 연료통 2개가 떨어졌는데, 다행히 산악 지역이라 민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때도 조종사가 히터 풍량을 조절하다가 버튼을 잘못 눌러 사고가 발생했다.
공군은 훈련 전 충분한 교육을 거쳤음에도 이번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공군 관계자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을 위해 3월부터 참가 조종사를 결정했고, 국내에서부터 기지 특성과 이륙 절차 등을 재현한 시뮬레이션으로 입출항을 충분히 훈련했다”며 “현지에서도 비행을 2회 실시했다. 그럼에도 왜 사고가 났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사고조사를 위해 현지에 급파된 공군 사고조사팀은 미 공군 조사팀과 함께 임무 조종사·관제사 진술 및 사고기 상태 등을 확인해 사고 경위를 세부적으로 조사 중이다. 공군 사고조사팀과 긴급정비팀 2여명은 11일 야간 다목적 공중급여 수송기인 KC-330편으로 출발해 이날 아침 미국 아일슨 기지에 도착했다.
1·2·3번기 조종사 총 4명은 레드플래그 훈련이 처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1·3번기 전투기는 조종사가 한 명, 사고가 난 2번기 전투기는 조종사 두 명이 타는 구조다. 하지만 훈련을 충분히 거쳤다는 점과 해당 기종을 비행한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조종 미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해당 사고기에서 전방석 조종사는 해당 기종을 249시간, 후방석 교관은 1090시간 비행했다.
한편 공군은 사고 원인이 기계적 결함이 아닌 것을 확인함에 따라 레드플래그 훈련에 계속 참가할 예정이다. KF-16 전투기와 같은 기종의 비행도 13일부터 재개할 계획이다. 공군은 이날 오전 직수입한 F-16 30여대와 F-16을 국내 면허생산한 KF-16 130여대 등 F-16 계열 전투기에 비행 중지 조처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고와 관련된 KF-16기 조종사 4명은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현지에서 사고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으로 복귀한 후에도 후속 조치에 따른다.
공군은 “연이은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군은 통렬한 반성과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로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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