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12일 세계의 남녀 격차 상황을 정리해 발표한 ‘2025 젠더 갭 보고서’에서 한국이 조사 대상 148개국 중 101위에 그쳤다. 지난해(94위)보다 7계단 떨어져 103위 중국에 턱밑까지 추격 당했다. 일본은 지난해와 같은 118위로 주요 7개국(G7)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교육·건강·정치·경제 4개 분야에서 ‘성 평등’ 정도를 분석해 각국 순위를 매겼다. 남녀가 완전히 평등한 상태를 100%라고 할 때 한국은 지난해 69.6%보다 오히려 줄어든 68.7%의 성적을 받아들었다.

전체 1위인 아이슬란드(92.6%), 2위 핀란드(87.9%), 3위 노르웨이(86.3%)보다 20%포인트가량 낮았다.
한국은 출생 시 성비, 건강기대수명 등을 반영한 건강 분야에서 상위권(35위)을 차지했고 교육 분야 역시 순위(98위)에 비해 좋은 점수(98.0%)를 받았지만, 경제·정치 분야에선 점수도 순위도 낮았다.
노동 참여·임금 격차와 고위직 비율 등을 평가한 경제 분야는 60.8%를 기록해 114위에 머물렀다. 지난 3월 KCGI자산운용과 서스틴베스트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사 370곳의 여성 직원 비율은 2021년 26.5%에서 2023년 28.5%로 늘어나 전체 직원의 30%에 육박했다. 그러나 의사결정 조직인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8.8%에 불과했다.
정치 분야도 한국 순위를 깎아먹었다. 보고서는 여성의 국회·장관직 진출, 최근 50년간 여성 정상 재임 기간을 수치화했는데, 한국은 18.2%로 92위에 그쳤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역대 가장 많은 60명(20%)의 여성 의원이 당선됐지만, 비율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3.8%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여성 장관 비율도 OECD 평균 35.7%에 못 미친다. 전체 장관의 15.7%인 3명만 여성이다.
여성 각료가 2명 뿐인 일본 역시 정치 분야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전체 순위가 118위(66.6%)에 머물렀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10월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들어선 후 전임 기시다 후미오 내각 때 5명이었던 여성 각료 수가 줄었다”며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는 역대 최다였지만 비율은 약 16%에 그친다”고 전했다.
중국은 출생 시 성비, 정치적 동등성 등에서 개선돼 순위를 지난해 106위에서 이번에 103위로 끌어올렸다. 점수는 68.6%로 한국보다 0.1%포인트 낮았다.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성 평등 달성도는 68.8%로 지난해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WEF는 그러나 이 같은 추세라면 완전한 남녀 평등을 달성할 때까지 12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등도 암초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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