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비판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축구대표팀 이강인 발언이 후폭풍을 일으켰다.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그를 선임한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의미였다. 10일 대표팀이 쿠웨이트에 4-0 완승을 거두고 무패 조 1위를 확정한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은 65%도 채워지지 않았다.

11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대표팀이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데다가 경기 후 세리머니 등 이벤트까지 준비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싸늘한 팬심이 느껴진다. 이강인 역시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치른 경기 중 빈자리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경기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팬들이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 경기에서도 팬들은 목청 껏 선수들 이름을 연호했고, 붉은 악마는 카드섹션을 준비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단 홍명보 감독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이강인은 이런 반응에 감독이 흔들릴 수 있으니 멈춰달라는 취지로 호소했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축구협회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팬들이 비판을 멈추려면 축구협회도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 실패했다고 인정한 홍 감독은 특혜를 통해 다시 사령탑 자리를 꿰찼다. 정부는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선임 과정을 밟으라고 권고했다. 축구협회가 재신임 절차만 밟으면 될 일이다. 팬들은 역대 최고의 멤버로 구성된 대표팀을 정당한 절차를 밟아 선임된 감독이 맡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몽규 회장은 4선 연임에 성공한 뒤 “사단법인 감독 선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우습다”고 비판했다. 이 한마디에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꿈꾸던 수많은 지도자들은 절망감을 느꼈을 터다.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게 스포츠다. 특히 한국축구를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 경기장을 찾고 유니폼을 구매하고 응원하는 팬들 덕분에 한국축구, 나아가 한국 스포츠는 버티고 있다.
이런 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비판 뿐이다. 축구회장 선거는 축구인을 중심으로 선거인단이 꾸려지고, 이들의 마음만 사면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구조에서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런 팬들은 경기장을 찾지 않거나 야유로 변화와 반성을 요구하는 것 뿐이다. 온 국민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한 목소리로 한국 축구를 응원했던 그 날처럼 만들기 위한 방법은 누구보다 축구협회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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