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세 직장인 71% “몰랐다”
실제 사용 경험 3.5%로 ‘미미’
“제도 활성화 위한 지원책 필요”

2022년부터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서 55세 근로자는 은퇴 준비를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쓸 수 있게 됐으나 실상 근로자 절반은 ‘전혀 활용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로 은퇴 준비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제도 활용을 위해 대체 인력 확보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중장년·고령자의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활성화 방안 연구’를 보면 50∼60세 임금근로자 1100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인지 여부를 묻자 70.9%가 ‘몰랐다’고 답했다. ‘들어봤지만 상세한 내용은 몰랐다’는 27.0%, ‘잘 알고 있다’는 2.1%에 불과했다.
제도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활용할 수 없음’이 48.4%를 차지했다. 3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해당 응답이 54.2%에 달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활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이 외에 ‘활용 가능하나 직장 분위기 등으로 충분히 사용 못 함’은 45.8%, ‘자유롭게 활용 가능’은 5.8%였다.
활용 의사에 대해서는 ‘향후 활용할 의향이 있다’(39.5%), ‘현재는 판단하기 어렵다’(35.1%), ‘의향이 없다’(25.4%) 순이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은퇴 준비(55세 이상), 가족 돌봄, 본인 건강, 학업을 이유로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사업주가 이를 의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2020년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 처음 적용됐고, 2021년에는 30인 이상, 2023년에는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근로시간 단축 신청 후 근로시간은 주당 15~30시간이며, 학업 사유를 제외하고는 최대 3년까지 사용 가능하다. 대체인력 채용이 어렵거나 사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 사유로 사업주가 허용하지 않을 수는 있다. 사업주가 타당한 이유 없이 신청을 반려한다고 해도 법상 처벌 조항은 없다.
조사에서 55세 응답자(428명) 중 은퇴 준비 시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활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5%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활용하지 않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유를 묻자 ‘해당 제도가 있는 것을 몰랐다’는 응답이 71.4%로 매우 높았다. 이 외에 필요했지만 ‘소득 필요’(8.5%), ‘불이익 우려’(5.3%), ‘회사에서 미승인’(4.8%), ‘연령 미충족’(3.6%), ‘행정절차 복잡’(1.7%) 순으로 못 썼다고 했고,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7.5%였다.
향후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을 활용할 의향이 없는 이유를 묻자 ‘소득 필요’가 36.6%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 ‘필요하지만 회사에서 미승인’(14.3%), ‘불이익 우려’(12.5%), ‘행정절차 복잡’(2.5%) 등 이유가 나타났다.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응답은 9.0%, ‘필요하지 않다’는 35.1%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은 2023년 활용률이 2022년보다 떨어졌다. 다만 ‘은퇴 준비’를 이유로 한 활용률은 2배가량 뛰었다.
고용부의 ‘2023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를 보면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사업체 수는 5545곳으로 2022년(1만2528곳) 대비 반 이상 줄었다. 고용부 측은 코로나19 엔데믹 영향으로 제도 사용 기업이 줄어든 것으로 봤다. 사용 사업체 수는 줄었으나 사유별로 ‘은퇴 준비’는 2022년 140곳에서 2023년 285곳으로 급증했다. 신우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 시점이기 때문에 고령화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안준기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홍보와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감소한 일정 소득을 (근로자에게)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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