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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교정본부장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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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1 15:59:22 수정 : 2025-06-11 16: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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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교도소와 구치소를 검사가 관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법무부에 교정국(현 교정본부)이 생긴 이래 꽤 오랫동안 교정국장에 현직 검사장이 임명된 것이다. 검사가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대신 교도관들과 함께 일한다니 ‘한직 아닌가’ 하고 여길 이가 많을 법하다.

 

물론 검찰의 최고 실세라는 법무부 검찰국장만은 못할 것이다. 그래도 훗날 법무부 장관 또는 검찰총장을 지낸 이종원, 김석휘, 김기수, 박순용, 김경한 등 거물급 법조인 여럿이 교정국장을 거쳐 장관이나 총장까지 올라간 만큼 만만히 볼 자리는 아니라고 하겠다.

법무부 교정본부 로고. 원래는 법무부 교정국이었다가 2007년 교정본부로 확대·개편됐다. SNS 캡처

1980년대 전두환정부 들어 ‘교정행정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검사 대신 교도관 출신이 교정국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경우 검사장급 보직 한 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니 검사들로선 반길 리가 없다.

 

결국 김대중(DJ)정부 시절인 1999년에야 2급(고위공무원 나급) 교정공무원인 이순길 교정국장이 탄생했다. 과거 반(反)정부 인사로 찍혀 사형 선고까지 받고 오랜 기간 수감 생활을 한 DJ는 교도관들과 나름 친분이 있었다. 자연히 그 처우 개선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된 뒤 교정공무원들의 숙원을 들어준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DJ 못지않게 교도관 지휘 향상에 적극적이었다. 이를 위해 법무부에서 교정국 조직을 떼어내 독립 외청(外廳)인 교정청으로 승격시키는 방안까지 검토됐다. 신중한 논의 끝에 교정국을 교정본부로 확대·개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노무현정부 임기 말인 2007년 11월 교정국이 교정본부가 됨과 동시에 본부장 직급도 기존의 2급에서 1급(고위공무원 가급)으로 높아졌다. 이는 약 1만6000명에 달하는 전국 교정공무원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킨 조치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신용해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통상 2년가량 재임하고 물러나는 것이 관행인데 신 전 본부장은 2년9개월이나 재직해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뉴시스

검사 대신 교도관이 교정행정을 책임진 1999년 이래 교정국장 또는 교정본부장은 2년가량 재직하고 물러났다. 정해진 임기는 없으나 후진을 위한 용퇴가 관행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2022년 9월 취임해 2년9개월 동안 일한 신용해(56) 교정본부장이 최근 명예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본부장이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운 것은 본의와 무관하게 대통령 및 법무장관 탄핵 사태 속에서 인사가 중단된 여파로 풀이된다. 법무부가 유능한 인재를 새 교정본부장으로 맞아들여 전국 재소자 관리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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