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새 관계 위해 긴밀 소통
상호 호혜적 인적·문화교류 확대”
習 11년 만의 방한 땐 중대 전기
中 강조한 ‘다자주의 공동 수호’
韓 발표선 빠져… 美 의식한 듯
외교가 “미·중 택일 형식보다는
국익 중심에 둔 ‘조화’ 모색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시진핑(사진) 중국 국가주석과 첫 통화를 하면서 미국, 일본, 중국 정상과의 상견례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 견제 동참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한 상황에서 중국과 관계도 개선하는 등 실용외교를 펼치겠다고 밝힌 이재명정부가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두 정상은 한국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새로운 한·중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제반 분야에서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상호 호혜적인 관계 안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인적·문화적 교류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새 정부의 큰 방향과 일치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 주석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참석 등과 관련해 “양국 정상이 어떤 계기로든 교류 및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상황에 교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 주석이 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에 온다면 11년 만의 방한이라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20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25분, 시 주석과는 30분 통화하며 첫인사를 나눴다. 취임 후 대통령이 갖는 통화 순서는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를 보여줄 척도로서 관심이 집중되는데, 이 대통령이 중국보다 일본 정상과 먼저 통화한 것은 대미·대일관계를 중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무역 압박을 받고 있는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에게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 수호, 수교 초심 등을 밝히며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양자 협력과 다자 간 조율을 긴밀히 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공동으로 수호하며, 글로벌 및 지역 산업 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함을 보장해야 한다”며 “중·한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확고히 견지하며, 상호 이익과 윈윈(Win-win) 목표를 고수해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며, 혼란으로 뒤엉킨 지역 및 국제 정세에 더욱 확실성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다자주의와 핵심이익 등을 강조한 반면 한국 측 발표에선 이 부분이 빠졌다. 한국 새 정부에 ‘안미경중(安美經中)’을 경고한 미국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서는 상견례 통화 순서보다는 앞으로 이 대통령이 미·중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과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미국과 중국을 택일하는 형태보다는 국익을 중점에 두고 조화를 이룰 묘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한국은 한·미동맹 안에서 풀 문제가 많고, 넓은 차원에서 일본과 우호적 관계를 가져가야 다른 서방 국가와도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다”면서도 “미·중관계가 경쟁적이나 무조건 적대적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미·중이) 관세 협상을 하는 등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으면서 국익 차원의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라며 “갈등과 협력이 복합 작용하는 미·중처럼 한국도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접근하는 건 전략이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갈등 요인이 악화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서 협력 요인을 확대하는 접근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정헌주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원칙과 국익을 동시에 잡기 힘든 ‘양날의 칼’ 같은 실용외교로 인해 정부가 초반에 방향 잡는 데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중국 역시 바뀌고 있어서 상수가 없다 보니 예측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왕싱위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명확한 동북아 정책을 내놓지 않은 채 관세 협상과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등 경제적 압박을 해 오는 상황에서 중국, 일본과의 경제 협력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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