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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운전자 불안” vs “처방약 복용 땐 괜찮아”

입력 : 2025-06-10 19:25:50 수정 : 2025-06-10 19: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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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 사건’ 후 온라인서 논란
전문가, 특정 질환 부정 인식 경계
“공황 발작 와도 판단력 손상 희박”
질환 당사자들 사회적 편견 우려

방송인 이경규가 공황장애로 약물을 복용한 뒤 운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황장애 운전자가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씨의 경우 주차관리인의 실수로 타인의 차를 몰고 이동했는데, 이 역시 공황장애나 약물 탓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특정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인 이경규. SBS ‘이경규의 경이로운 습관’ 화면 캡처

10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경찰의 간이 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씨의 소속사 측은 “처방받은 공황장애약을 먹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연예인들은 공황장애가 뭔 벼슬이냐’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 작성자는 “뭔 죄만 지으면 공황장애 타령이냐”며 “엘리베이터도 무서워서 못 타는 분이 직접 운전해서 골프연습장을 간다고?”라고 적었다. “공황장애약 먹으면 운전하면 안 되는 것 아닌지”, “향정신성 의약품이면 복용자는 운전금지가 답 아닌가”라는 글도 올라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당사자들은 이번 사건이 공황장애나 약물 복용으로 인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공황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히 약물을 복용하면 운전에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횡설수설하는 등 당시 약에 취했다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이 약물검사에서 향정으로 분류된 약물이 나왔을 것 같다”며 “도로교통법에 따라 약에 취해서 운전하면 안 되지만 이를 의료용 마약이나 약물에도 적용한다는 건 너무 많이 나간 이야기”라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도 “항불안제를 먹고 운전 사고가 났을 때 처방 약만 먹은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목적으로 과량 복용했다가 생긴 사고들”이라며 “공황 발작이 오더라도 현실 판단력의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당사자들 역시 이번 사건으로 질환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걱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3년 전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30대 A씨는 “병원에서 약에 대한 반응이 명확하지 않은 진단 초기에 운전하지 말라고 주의를 시켰고, 심리적으로도 운전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며 “(이번 사건의 원인이) 단순 착각인지 알 수 없지만 ‘공황장애는 인지 능력 상실’이라는 프레임이 강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씨에 대한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다. 이씨는 8일 서울 강남구 한 실내 골프연습장 건물에서 주차관리인 착오로 다른 사람의 차를 받아 인근 사무실로 이동했다가, 뒤늦게 잘못 가져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윤준호·이예림·최경림·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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