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담 수사팀 꾸려 구체적인 수사 나서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 최대 무기징역까지
살인 고의 드러나면 ‘살인미수’ 적용 가능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질렀다가 검거된 60대 남성이 검찰에 송치됐다. 관심은 이 남성이 어느 정도의 형량을 받을지에 쏠린다. 향후 수사에서 이 남성에게 살인 의도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될 경우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원모씨가 전날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진행 중”이라며 “송치 후 검찰에 관련 자료를 추가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원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43분 여의나루역∼마포역 터널 구간을 달리던 열차 안에 휘발유를 뿌린 뒤 옷가지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방화한 혐의(현존전차방화치상)를 받는다. 원씨를 포함해 23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고 129명이 현장에서 처치를 받았다. 또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되는 등 약 3억3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긴급 체포된 원씨는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불을 질렀고, 범행에 쓸 휘발유를 2주 전 주유소에서 구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지난 2일 “납득할 수 없는 동기로 사전에 범행도구 등을 준비한 점 등에 비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며 원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원씨의 범행을 구체적으로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우선 원씨에게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에 따르면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지하채굴시설을 불태운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앞서 2014년 5월 서울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3호선 열차 안에서 불을 질러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당시 71세)는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원씨에게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원씨에게 방화로 승객들을 살해하겠다거나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등 미필적으로라도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이 드러난다면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는데 살인미수일 경우 형량의 하한의 3분의 1로, 상한은 3분의 2로 감경하여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원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면서도, 살인미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선 견해가 다양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원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것은 기관사나 승객들이 조치를 잘해서다”라며 “대구지하철참사를 원씨가 몰랐을 리도 없고 ‘나는 불만 질렀지, 승객들이 죽을 수 있는지는 몰랐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민규 법무법인 안팍 대표변호사는 “살인미수까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원씨는 자신의 이혼에 대한 부당한 판결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방화를 했다고 진술했다”며 “살인미수가 되려면 사람을 죽여서 이걸 알리겠다는 의도가 인정돼야 하는데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도 “경찰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증거가 없었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다만 현주건조물방화죄 형량도 상당히 센 편이라 충분히 무거운 처벌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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