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이재명정부가 4일 출범하며 이전보다 적극적인 소상공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12·3 불법 비상계엄 정국을 거치며 극도로 쇠약해진 소상공인과 내수경기를 살리려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정부지출을 통한 금전적 지원이 자칫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취임 6일째인 9일에는 2차 회의를 가졌다. 경기·민생 대응책 마련과 더불어 추경 규모 논의 등이 핵심이다. 추경 규모는 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이뤄진 1차 추경(13조8000억원 규모)까지 감안할 경우 총 추경 규모는 약 35조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추경 예산은 소상공인 ‘채무탕감’과 ‘골목상권 살리기’ 등에 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TV 토론에서 직접 수차례 소상공인의 채무탕감을 강조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정부가 채무를 감당하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현재까지도 빚에 허덕이고 있어 이를 정부가 해소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공짜 점심은 없다. 우리가 코로나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던 데는 자영업자의 희생이 있었고 이제 이를 갚을 때”라며 “빚에 묶여 이도 저도 못하는 자영업자들을 다시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중 코로나19 사태 피해를 감안해 오는 9월 말까지 만기가 연장된 금액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약 47조4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를 적용해 왔다. 만기는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됐고 2022년 9월에는 최장 3년 유예됐다.
서울시 강북구에서 1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이라는 A씨(60대)는 “코로나가 끝나고 살만할 줄 알았는데 그 이후에도 내수가 계속 안 좋다가 비상계엄 이후에는 연말·신년 특수 다 날리고 남은 것은 빚밖에 없다”며 “새로운 정부에서 지원을 강화한다니까 마지막 기대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채무탕감 방식으로는 ‘배드뱅크’ 설치를 통한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이 유력하다. 배드뱅크는 부실 자산과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기관으로 소상공인의 부실 자산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골목상권 살리기는 이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공약으로 ‘상권르네상스 2.0’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대표상권과 소규모 골목상권을 육성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추가 재정 투입을 통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와 가맹점을 확대해 사용 편리성을 높이겠다는 방안도 공약에 담겼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재정이 시장에 풀릴 경우 자칫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로 올해 들어 첫 1%대를 기록해 물가가 안정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생활물가지수 상승률(2.3%),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4.1%) 등 소비자 체감 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향후 주한 미군 방위비 및 관세 협상 등 국가 재정이 들어갈 곳이 많은데 민생 추경으로 35조여원이나 투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자영업자 채무탕감이나 지역화폐 유통의 내수진작 효과에 비해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동산 가격 자극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추경이 필요하긴 하지만 1·2차 합쳐서 GDP의 1% 수준인 25조원 정도로 맞추는 게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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